‘월드클래스’ 우유 품질 자부하지만... 낙농가 시름 깊은 이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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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우유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데도 품질은 꾸준히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낙농가의 시름은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왜일까.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세균질병과가 지난해 진행한 원유 검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세균 수 ‘1A’ 등급은 2021년 93.95%에서 2023년 94.07%로 0.05%포인트 증가했다. 또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은 2021년 66.39%에서 2023년 69.13%로 3.23%P 증가했다. 이는 국산 우유 가운데 최상급 우유 비중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원유 1㎖당 세균 수 3만 개 미만(1A 등급),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1등급)일 때 최상급 우유로 친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와 똑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는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생산비와 자가 노동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2018년만 해도 우유 생산비는 리터당 775원이었지만 2022년 959원, 2023년에는 1,003원으로 증가했다. 사룟값, 자가 노동비가 올랐기 때문인데, 통계청에 따르면 사룟값은 2022년 1㎏당 641원에서 2023년 669원으로 1년 만에 4.4%포인트 상승했고, 자가 노동비는 3.9%포인트 증가했다.
사룟값이 오른 건 젖소 사료인 풀을 수입에 의존한 구조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젖소가 먹는 풀을 매일같이 조달하려면 광활한 목초지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아 미국·호주 등의 나라에서 건초 수입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사료작물과 목초의 작황, 수송비, 환율 등이 수입 사룟값에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자가 노동비가 생산비에 차지하는 비중은 타 산업군보다 높은 편인데, 2020년 국내 낙농가의 평균 생산비에서 자가 노동비는 25~30%나 차지했다. 우유 생산 과정에 그만큼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젖을 짜지 않는 기간인 건유기를 제외하고, 젖소 1마리당 매일 한두 번은 젖을 짜내야 한다. 젖을 완전히 짜주지 않으면 유방염이 생길 위험을 높이는 등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서 덩달아 원유 품질도 나빠진다. 젖소 사육, 사료 관리에도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가 겹치면서 최근 빚까지 떠안는 낙농가가 많아졌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의 ‘2023 낙농 경영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액은 6억 8,100만 원으로 1년 새 33%포인트 늘었다. 특히 4억 원 이상 고액 부채비율(76%)은 1년 새 26.5%포인트 증가했다. 빚을 진 이유로는 시설 투자(33.5%), 사료 구입(24.9%), 쿼터 매입(19%) 순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낙농가 전반적으로 후계자가 부족한 점 △젖소 1마리가 출생 후 원유를 생산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2년 동안 투자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젖소가 더운 날씨에 약한 이유로 8~11월 납유량이 부족한데 이 시기에 우유 소비가 많다는 점 등도 낙농가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오해’가 국산 우유를 찾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로 지목된다. 낙농업계 한 관계자는 “적잖은 소비자가 낙농 선진국의 자연 방목 방식이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보다 우유 품질이 더 우수하고 원유 생산에도 더 좋은 환경일 것으로 여긴다”며 “그래서 수입산 멸균 우유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농 선진국의 생산 환경이 꼭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는 방대한 초지에서 대규모로 키우는 자연 방목 환경에서 젖소가 매일 먹는 목초를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든 데다, 축사에서 젖소를 체계적으로 키우는 우리나라보다 개체별 사양 관리(젖소별 건강 관리)가 어렵다는 것.
풀의 품질이 변할 가능성도 높다. 예컨대 젖소가 독초를 씹어먹었다면 원유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자연 방목할 경우 젖소의 몸에 상처가 날 위험이 큰데, 이에 따라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우유의 품질은 세계 무대에서 ‘월드클래스’라고 평가받는다”며 “소비자들이 우리 우유를 믿고 마시면 우리나라 낙농가도 아무리 힘들어도 질 좋은 우유를 꾸준히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세균질병과가 지난해 진행한 원유 검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세균 수 ‘1A’ 등급은 2021년 93.95%에서 2023년 94.07%로 0.05%포인트 증가했다. 또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은 2021년 66.39%에서 2023년 69.13%로 3.23%P 증가했다. 이는 국산 우유 가운데 최상급 우유 비중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원유 1㎖당 세균 수 3만 개 미만(1A 등급),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1등급)일 때 최상급 우유로 친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와 똑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는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생산비와 자가 노동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2018년만 해도 우유 생산비는 리터당 775원이었지만 2022년 959원, 2023년에는 1,003원으로 증가했다. 사룟값, 자가 노동비가 올랐기 때문인데, 통계청에 따르면 사룟값은 2022년 1㎏당 641원에서 2023년 669원으로 1년 만에 4.4%포인트 상승했고, 자가 노동비는 3.9%포인트 증가했다.
사룟값이 오른 건 젖소 사료인 풀을 수입에 의존한 구조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젖소가 먹는 풀을 매일같이 조달하려면 광활한 목초지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아 미국·호주 등의 나라에서 건초 수입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사료작물과 목초의 작황, 수송비, 환율 등이 수입 사룟값에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자가 노동비가 생산비에 차지하는 비중은 타 산업군보다 높은 편인데, 2020년 국내 낙농가의 평균 생산비에서 자가 노동비는 25~30%나 차지했다. 우유 생산 과정에 그만큼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젖을 짜지 않는 기간인 건유기를 제외하고, 젖소 1마리당 매일 한두 번은 젖을 짜내야 한다. 젖을 완전히 짜주지 않으면 유방염이 생길 위험을 높이는 등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서 덩달아 원유 품질도 나빠진다. 젖소 사육, 사료 관리에도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가 겹치면서 최근 빚까지 떠안는 낙농가가 많아졌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의 ‘2023 낙농 경영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액은 6억 8,100만 원으로 1년 새 33%포인트 늘었다. 특히 4억 원 이상 고액 부채비율(76%)은 1년 새 26.5%포인트 증가했다. 빚을 진 이유로는 시설 투자(33.5%), 사료 구입(24.9%), 쿼터 매입(19%) 순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낙농가 전반적으로 후계자가 부족한 점 △젖소 1마리가 출생 후 원유를 생산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2년 동안 투자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젖소가 더운 날씨에 약한 이유로 8~11월 납유량이 부족한데 이 시기에 우유 소비가 많다는 점 등도 낙농가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오해’가 국산 우유를 찾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로 지목된다. 낙농업계 한 관계자는 “적잖은 소비자가 낙농 선진국의 자연 방목 방식이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보다 우유 품질이 더 우수하고 원유 생산에도 더 좋은 환경일 것으로 여긴다”며 “그래서 수입산 멸균 우유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농 선진국의 생산 환경이 꼭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는 방대한 초지에서 대규모로 키우는 자연 방목 환경에서 젖소가 매일 먹는 목초를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든 데다, 축사에서 젖소를 체계적으로 키우는 우리나라보다 개체별 사양 관리(젖소별 건강 관리)가 어렵다는 것.
풀의 품질이 변할 가능성도 높다. 예컨대 젖소가 독초를 씹어먹었다면 원유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자연 방목할 경우 젖소의 몸에 상처가 날 위험이 큰데, 이에 따라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우유의 품질은 세계 무대에서 ‘월드클래스’라고 평가받는다”며 “소비자들이 우리 우유를 믿고 마시면 우리나라 낙농가도 아무리 힘들어도 질 좋은 우유를 꾸준히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