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장 선거 '두 번 기표 투표지' 논란…"유효표 둔갑"

낙선한 안수일 의원 "규정 따르면 명백한 무효, 선거 결과 정정해야"
시의회, 선거 당시 선관위 해석 의뢰해 유효표 인정…진통 이어질 듯

지난 25일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가운데, 개표 과정에서 확인된 '특정 후보에게 기표를 두 번 한 투표지'가 무효표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의장 선거에서 낙선한 안수일 의원은 26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효표가 유효표로 둔갑해 선거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개표 과정에서 동일 후보자란에 2개가 기표가 된 투표지가 나왔는데, 이는 '울산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에 따르면 명백한 무효"라면서 "이런 규정이 있는데도 사무직원의 미숙한 선거 진행으로 유효표로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장 선출 등을 위해 25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의장 선거 개표 과정에서 동일 후보자란에 기표가 2번 된 투표지가 나왔다.

안 의원과 이성룡 후보가 맞대결을 벌인 이 선거 1·2차에 걸친 두 차례 투표에서 재적의원 22명이 정확히 11대 11로 나뉘어 두 후보를 지지했다.

이어진 3차 결선 투표에서도 여전히 11대 11이 나왔는데, 이때 이 후보를 뽑은 투표지 중 기표란에 기표가 두 번 된 1장이 발견됐다.

회의를 주재한 김기환 의장은 정회를 선언한 뒤 회의를 속행하면서 "같은 이름에 두 번을 찍은 투표지가 나와 유효인지, 무효인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는데, 유효하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결선투표 결과 득표수가 같을 때는 최다선 의원을 당선자로 한다'는 울산시의회 회의 규칙 조항에 따라 3선의 이 의원이 재선인 안 의원을 제치고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안 의원은 "당시 개표 과정에서 감표위원이 사무직원에게 의회 관련 규정을 문의했으나, 사무직원은 관련 규정이 없다고 했다"면서 "이에 감표위원들이 선관위에 문의해 달라고 요청해 '유효'라고 답변받았고, 결국 해당 투표지를 유효표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 종료 후 해당 투표지를 무효로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시의회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면서 "선거 결과는 정정돼야 하며, 차후 절차에 따라 모든 대응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자리싸움으로 내홍을 겪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저의 자리 욕심보다는 의회의 민주적 절차와 재발 방지를 위해 끝까지 진위를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시의회는 안 의원의 문제 제기에 따라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등 향후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다만 선거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데다 역대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여서, 의원들의 합의를 끌어내고 상황을 정리하기까지는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