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파티 하는 고양이들, '올드 톰'을 알고나 마시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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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용재의 맛있는 미술관
루이스 웨인의 <총각파티>
루이스 웨인의 <총각파티>

그렇다면 술병부터 살펴보자. 작품 한가운데의 ‘올드 톰(Old Tom)’은 18세기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진(gin)의 일종이다. 진은 감자나 곡물 등으로 빚은 중립적 증류주에 노간주나무의 열매인 주니퍼베리(Juniper Berry)로 맛과 향을 낸 리큐어이다. 13세기 플랑드르와 네덜란드 지방에서 비롯된 예네버르(Jenever, 혹은 네덜란드 진)가 17세기 영국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고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덕분에 영국에서는 ‘런던 드라이(London Dry)’라는 스타일의 진이 등장했다. 런던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달지 않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원조 진인 예네버르와 달리 증류 후 설탕이나 시럽으로 단맛을 내지 않아, 즉 ‘드라이’한 것이 하나의 스타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요먼 경비대원(Yeoman Warders)이 상징으로 유명한 비피터(Beefeater)가 대표적인 런던 드라이진이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올드 톰이 있다. 단맛으로 따지면 런던 드라이 진과 예네버르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어 진계의 단절고리(missing link)라고도 취급받는다. 검은 고양이(올드 톰)를 닮은 통에 담았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18세기 전반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영국에서 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진 광풍(gin craze)이 불어 닥쳤으니, 영국 정부는 이를 잠재우고자 1736년 진 조령(gin act)을 공포했다.

올드 톰 진은 2000년대 초반의 크래프트 칵테일 운동에 힘입어 재등장했다. 2007년, 헤이먼 증류소가 187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족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다시 빚기 시작했다. 이후 올드 톰은 빠르게 인기를 회복하면서 오늘날 바의 붙박이가 되었다. 유명한 진 칵테일인 마티니, 톰 콜린스, 김렛 등을 올드 톰으로 만들면 색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작품에 등장하는 술(과 케첩)을 살펴보고 나니 왠지 모를 익숙함을 해결할 수 있었다. 작가는 원래 고양이 의인화로 유명한 영국의 루이스 웨인(1860~1939)이다. 상당히 유명한 작가이지만 나는 색다른 경로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어린 시절, 집에 삼십여 권 짜리 ‘두산동아 세계대백과사전’이 있었다. 심심하면 무작위로 사전을 펼쳐 보았는데 어느 날 ‘정신분열증’ 항목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