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사방을 덮었다"…폭격에 폐허 된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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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작가가 쓴 신간 '집단학살 일기'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실패와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도 출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문화부 장관이자 소설가인 아테프 아부 사이프는 아들과 함께 그날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우린 오늘을 위해 산단다"고 늘 말해왔고, 그도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는 걸 체화한 상태였다.
현재 이 순간을 즐기라는 뜻의 '카르페디엠'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정언명법과 같은 격언이었다.
휴일을 즐기고 있던 그때, 포격 소리가 울렸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로켓 소리와 폭발음"이 사방에서 들렸다.
포격 소리가 커짐에 따라 불안감은 점증했다.
그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사이프는 아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타 교통법규를 무시한 채 액셀러레이터를 미친 듯이 밟았다.
새 책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은 작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팔레스타인 사람의 관점에서 쓴 기록물이다.
또한 가자지구에서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는 필치로 그린 르포이기도 하다.
10월 7일부터 그해 12월 30일까지 85일간 쓴 저자의 일기를 엮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저자의 삶은 엉망이 된다.
도시는 돌무더기 잔해로 폐허가 되고, 인터넷 등 사회 기반 시설은 파괴된다.
물품 부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매일 죽어 나가는 시신을 목격하는 것, 포격 탓에 여기저기 흩뿌려진 피를 보는 게 고역이었다.
목불인견의 참상이 도시 곳곳에서 빚어졌다.
"폐허 위를 거니는 일은 압도적이다.
피가 사방을 덮는다.
거기에 발을 내딛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의 장난감, 슈퍼마켓에 있던 캔, 뭉개진 과일, 망가진 자전거와 깨진 향수병의 잔해들. 먼지와 연기 속에서 기침이 나온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
시시각각으로 좁혀오는 이스라엘군의 포위망을 피해 저자와 열다섯살 그의 아들은 자발리아 난민촌을 거쳐 계속 남쪽으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말 못 할 모욕을 견디고, 참상을 목격한다.
절망에 빠진 동포들의 모습도 관찰한다.
사람들은 마커로 손발에 자기 이름을 써놓고, 그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죽더라도 자기 시신이 확실히 확인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가족 전화번호를 몸에 새기는 이들도 있었다.
저자는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로 망명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더불어 가족과 이웃들을 둔 채 제 살길만을 찾아서 떠나왔다는 죄책감에도 시달린다.
그런 양가적인 감정 속에서 그는 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호텔 발코니에 앉아 기억 전부를 돌아보았다.
목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다.
잔해가 보였다.
희생된 사람들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이집트 발코니에 서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
" '집단학살의 기억'과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다룬 또 다른 책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실패와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책갈피)도 출간됐다.
'노동자 연대' 기자인 이원웅과 중동 전문지 '미들이스트 솔리대리티'의 편집자인 앤 알렉산더가 함께 쓴 책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고통과 함께 그들의 저항운동도 함께 소개한다.
▲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 = 두번째테제. 백소하 옮김. 532쪽.
▲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실패와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 = 책갈피. 360쪽.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실패와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도 출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문화부 장관이자 소설가인 아테프 아부 사이프는 아들과 함께 그날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우린 오늘을 위해 산단다"고 늘 말해왔고, 그도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는 걸 체화한 상태였다.
현재 이 순간을 즐기라는 뜻의 '카르페디엠'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정언명법과 같은 격언이었다.
휴일을 즐기고 있던 그때, 포격 소리가 울렸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로켓 소리와 폭발음"이 사방에서 들렸다.
포격 소리가 커짐에 따라 불안감은 점증했다.
그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사이프는 아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타 교통법규를 무시한 채 액셀러레이터를 미친 듯이 밟았다.
새 책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은 작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팔레스타인 사람의 관점에서 쓴 기록물이다.
또한 가자지구에서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는 필치로 그린 르포이기도 하다.
10월 7일부터 그해 12월 30일까지 85일간 쓴 저자의 일기를 엮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저자의 삶은 엉망이 된다.
도시는 돌무더기 잔해로 폐허가 되고, 인터넷 등 사회 기반 시설은 파괴된다.
물품 부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매일 죽어 나가는 시신을 목격하는 것, 포격 탓에 여기저기 흩뿌려진 피를 보는 게 고역이었다.
목불인견의 참상이 도시 곳곳에서 빚어졌다.
"폐허 위를 거니는 일은 압도적이다.
피가 사방을 덮는다.
거기에 발을 내딛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의 장난감, 슈퍼마켓에 있던 캔, 뭉개진 과일, 망가진 자전거와 깨진 향수병의 잔해들. 먼지와 연기 속에서 기침이 나온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
시시각각으로 좁혀오는 이스라엘군의 포위망을 피해 저자와 열다섯살 그의 아들은 자발리아 난민촌을 거쳐 계속 남쪽으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말 못 할 모욕을 견디고, 참상을 목격한다.
절망에 빠진 동포들의 모습도 관찰한다.
사람들은 마커로 손발에 자기 이름을 써놓고, 그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죽더라도 자기 시신이 확실히 확인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가족 전화번호를 몸에 새기는 이들도 있었다.
저자는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로 망명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더불어 가족과 이웃들을 둔 채 제 살길만을 찾아서 떠나왔다는 죄책감에도 시달린다.
그런 양가적인 감정 속에서 그는 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호텔 발코니에 앉아 기억 전부를 돌아보았다.
목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다.
잔해가 보였다.
희생된 사람들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이집트 발코니에 서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
" '집단학살의 기억'과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다룬 또 다른 책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실패와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책갈피)도 출간됐다.
'노동자 연대' 기자인 이원웅과 중동 전문지 '미들이스트 솔리대리티'의 편집자인 앤 알렉산더가 함께 쓴 책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고통과 함께 그들의 저항운동도 함께 소개한다.
▲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 = 두번째테제. 백소하 옮김. 532쪽.
▲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실패와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 = 책갈피. 36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