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과 LP 등 아날로그 제품 매출이 역주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메모하고 음악을 듣는 시대에서 아날로그 향수 바람이 불며 부활했다.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수첩 회사 몰스킨의 2022년 매출은 1억4330만유로(약 2120억원)로 집계됐다. 2020년 1억230만유로(약 1520억원), 2021년 1억2160만유로(약 1800억원)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매출도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1997년 이탈리아에서 출범한 이 수첩 회사는 2000년대 이후 스마트폰 등이 들어서며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2017년 벨기에 자동차 유통 업체 디테른에 인수된 직후 사업 전략을 개편하면서 부활 계기를 맞았다. 몰스킨은 개당 2만~4만원에 달하는 고가 전략을 앞세워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자체 브랜드를 부착한 필기구와 가방 등을 내놓으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또 스타벅스와 협업해 다이어리를 내면서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었다.

수첩은 물론이고 LP도 두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LP 판매량은 4320만 장으로 CD 판매량(3700만 장)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LP 매출은 13억5020만달러(약 1조8750억원)로 CD 매출(5억3700만달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LP 붐이 일어난 것은 음악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즐기는 것은 물론 실물 앨범을 소장하려는 충성 팬이 불어난 현상과 맞물린다. 지난해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내놓은 정규 5집 ‘1989’(테일러 버전) LP 제품은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