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노면서킷을 주행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6의 모습./사진=현대차그룹
마른노면서킷을 주행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6의 모습./사진=현대차그룹
"브레이크 페달을 부수겠다는 마음으로 힘껏 밟아보세요."

운전석에 앉은 기자에게 이런 무전이 들려왔다. 실제 도로에서 이렇게 운전을 했다가는 동승한 사람들에게 거센 비난을 들을 수도 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는 오히려 권장한다.

충청남도 태안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문화 체험 공간이다. 드라이빙 체험 시설과 첨단 주행 시험장을 결합, 자동차로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방문객은 드라이빙 프로그램에서 현대·기아·제네시스의 다양한 차량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8개의 특별한 주행 코스에서 다이내믹하고 짜릿한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시존, 각종 라운지, 브랜드샵, 카페 등도 마련돼 있다.

이날 기자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현대차 아이오닉6와 함께하는 레벨1 프로그램과 기아 EV6 GT를 활용한 레벨2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각 프로그램은 렉처룸에서 담당 인스트럭터의 교육 후 실제 차량을 탑승해 직접 주행한다. 모든 코스를 마친 후 다시 렉처룸으로 돌아와 인스트럭터의 디브리핑(질의응답을 통해 정리하는 과정)을 끝으로 수료증이 주어진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렉처룸./사진=한경닷컴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렉처룸./사진=한경닷컴
레벨1은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일상의 주행을 보다 안전하게 바꿔주는 드라이빙 기초 교육 프로그램이다. 다목적주행코스에서 슬라럼 통과와 긴급 제동, 긴급회피까지 경험해 본 후 마른 노면 서킷에서 체험주행을 하는 구성이다.

아이오닉6에 탑승해 시트 포지션을 맞추고 차량에 비치된 무전기에서 나오는 인스트럭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코스를 돌았다. 가장 먼저 체험한 것은 슬라럼 코스다. 직선으로 배치된 러버콘을 차량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가면서 S자로 통과하는 것이다. 낮은 속도로 주행할 땐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속도를 조금 높여서 주행하려니 방향을 조향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어 긴급 제동과 긴급 회피를 진행했다. 살면서 이렇게 세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속하다가 갑자기 멈춰서는 코스였는데 안전한 환경에서 인스트럭터의 설명과 함께 시도하니 예상보다 수월하게 성공했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도 스티어링 휠을 꺾어 방향이 전환된다는 점이 신기했다.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리 경험해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레벨1 코스의 마지막은 마른 노면 서킷 주행이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서킷은 트랙 길이 3.4km, 16개 코너로 구성됐다. 레이싱 선수가 된 것처럼 서킷을 도는데 코너 구간이 많아 몸과 차가 모두 도로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스트럭터의 인솔 차량을 따라 세 바퀴 정도 돌았을 뿐인데 내릴 때쯤에 멀미를 경험했다. 쉽지 않은 서킷이었다.
다목적 주행코스에서 폭스헌팅을 하는 모습./사진=한경닷컴
다목적 주행코스에서 폭스헌팅을 하는 모습./사진=한경닷컴
약 20분간의 휴식 시간 후 바로 레벨2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레벨2는 스포츠 드라이빙 입문 단계로 차량의 퍼포먼스를 느끼고 기본적인 컨트롤 요령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탈 차는 기아 EV6 GT 모델이었다.

이번에도 다목적 주행코스에서 △게이트 슬라럼 △타깃 제동 △고속 회피 제동 △폭스헌팅을 진행했다.

슬라럼이나 제동은 레벨1에서 경험한 뒤 곧바로 해서 그런지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운전 스킬이 개선된 기분이 들었다. 폭스헌팅은 슬라럼과 제동이 복합된 코스로 서로 반대방향에서 출발한 차가 더 빠른 운전으로 상대편 차를 쫓아가는 것이다. 그동안 배운 스티어링과 제동 기술을 마음껏 펼치는 시간이었다. 약간의 경쟁심이 발동하면서 얼른 상대편차를 쫓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마음이 급해져 오히려 운전이 쉽지 않았다.

다목적 주행코스를 마친 후에는 킥 플레이트와 드래그 체험에 나섰다. 킥 플레이트 코스는 오버 스티어 상황에서의 컨트롤을 연습해볼 수 있는 코스로 인위적인 힘에 의해 불안정해진 상태의 차량을 안전하게 컨트롤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차가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흔들렸지만 곧바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 다시 안정감을 찾는 연습이었다. 실제 도로에서 이런 상황을 마주했다면 매우 당황했겠지만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여서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EV6 GT_드레그레이스 모습./사진=현대차그룹
EV6 GT_드레그레이스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이후 장소를 옮겨 진행된 드래그 체험은 차량의 퍼포먼스를 최대치로 느껴볼 수 있는 코스다. 긴 직선 주행로에 서서 엑셀 페달을 최대치로 밟아 무려 180km/h의 속도를 경험했다. 넓게 트인 공간에서 충분한 제동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가속을 경험해볼 수 있어 이렇게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실제 도로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도전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른 노면 서킷에서 드래그 체험을 했다. 아까 레벨1에서의 서킷 주행이 맛보기였다면 레벨2 서킷 주행은 심화 버전이었다. 코스 폭과 회전 반경을 최대로 활용해 코너 구간에서 원심력을 감소시키고 코너의 정점(CP)에서 가속해 더 안전하고 빠르게 서킷을 주행하는 방법을 체험했다.

레벨1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서킷을 도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무전기로 들려오는 조언을 들으면서 선두로 주행하는 인스트럭터 차량의 동선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안정적으로 서킷을 주행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급가속부터 급제동, 서킷 주행까지 이날만큼은 나도 영화 '분노의 질주' 속 주인공이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