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또 올까 봐 잠도 못 잤다"…행안부 장관, 주민들 위로
현장에 심리회복지원센터 설치·시설물 위험도 평가
300건 육박한 시설 피해 파악 후 보상 여부 결정
부안 "여진 없지만 불안 여전"…정부 "신속한 주민지원 약속"
지난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진이 하루 가까이 잠잠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진 발생 이틀째인 13일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신속한 주민지원을 약속했다.

여진의 불안감 속에서 현장에서는 심리안정 상담과 시설물 안전 점검 등이 속속 진행되면서 일상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 하루 동안 여진 없어 …정부 "일주일 내 큰 규모 여진 가능성"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26분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 일원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오후 5시 52분까지 여진이 17차례나 잇따랐다.

그 이후 만 하루 가까이 여진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진이 잠잠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본진 발생 일주일 뒤에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발생했고, 이후 여진은 1년이 지나서도 계속됐다.

전주시민 최모(46)씨는 "살다가 처음 이런 지진을 겪다 보니 놀라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또 발생하면 어쩌지'란 생각이 들어 아주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지반 안정화에 대한 판단은 규모와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진의 횟수나 패턴을 보고 판단한다"며 "아직 안정화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부안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진이 일주일 내 큰 규모로 올 가능성이 있다며 관계 부처 및 지자체에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지진 대비 태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 자문에 따르면 규모 4.8의 지진은 본진으로 판단되나 현재까지 여진이 17회 발생했고, 향후 일주일 정도는 큰 규모의 여진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향후 큰 규모의 여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상황관리와 대비 태세 유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중앙사고수습본부대응체계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도록 사전에 대비해 주시고, 지자체에서는 중대본과 소통하며 주민 생활 안전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부안 "여진 없지만 불안 여전"…정부 "신속한 주민지원 약속"
◇ "또 지진 올까 잠도 못 자고 걱정"…"추가 피해 없도록 신속 복구"
"어젯밤에 방에 누웠어도 오전에 땅이 흔들리던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또 지진이 올까 걱정스러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지요.

"
부안군 계화면의 김점순(77)씨는 이날 피해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손을 꼭 잡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 벽에 붙어있던 선반이 45도가량 기울면서 안에 놓여있던 그릇들이 전부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김씨는 "불안불안해하니까 경기도에 사는 큰아들이 지금 여기로 내려오고 있다"며 "가만히 앉아있어도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이 장관은 "식사는 하시고 있냐"고 물으며 "부안군과 전북도가 함께 살피고 있으니 너무 불안해 말라"며 그를 다독였다.

그러면서 함께 있던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와 권익현 부안군수에게 "혹시 지금 집에 머무르기가 어려우면 군이나 도에 마련한 임시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심리적 안정을 채울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달라"고 지시했다.

부안군 계화면 김갑종(69)씨는 "어제 담벼락에 금이 가서 지지대를 세워뒀는데, 오늘 보니 좀 더 갈라졌다"면서 "이대로 두면 혹시나 담벼락이 무너져 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다칠까 봐 걱정된다.

복구를 도와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부안 "여진 없지만 불안 여전"…정부 "신속한 주민지원 약속"
◇ 시설물 위험 점검·심리회복 지원…일상 복귀 앞당긴다
이런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고 빠른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피해가 집중된 부안군에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가 설치됐다.

대한적십자사가 마련해 마을 곳곳을 순회하는 심리회복지원센터에는 심리활동가 14명이 파견돼 최대한 많은 주민을 만나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계화면 경로당 앞에 임시 설치된 센터를 찾은 강모(65)씨는 "집이 덜덜 흔들렸다.

지금도 털이 쭈뼛쭈뼛 서고 소름이 돋는 기분"이라며 "무섭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을 진행한 박현성 심리활동가는 "지진 이후에 과거에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함께 떠올라 답답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전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사는 어르신이 있었다.

겨우 마음을 추슬렀는데, 지진을 겪고 나서 다시 답답해졌다고 한다"며 "지진 트라우마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다른 사람에게 힘든 상황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는 집에 있지 말고 마을회관에 와서 이야기를 많이 하라고 조언을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는 스트레스가 심한 주민에게는 전문 기관을 연계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안 "여진 없지만 불안 여전"…정부 "신속한 주민지원 약속"
전북도도 이날 지진으로 피해가 속출한 부안으로 '피해 시설 위험도 평가단'을 파견했다.

평가단은 건축사, 기술사 등 전문가 26명과 지자체 공무원 3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시설물 231곳에 대한 위험도 평가를 진행한다.

평가 기준은 지진 손상에 따른 위험도, 위험 물질 화재에 관한 위험도, 연약 지반에 따른 위험도 등이다.

1차 평가 결과에 따라 시설물을 '위험', '추가 점검', '사용 가능'으로 분류한 뒤 위험이나 추가 점검 판정을 받은 시설물은 정밀 점검을 다시 거치게 된다.

아울러 전북자치도는 여진에 대비해 댐, 저수지, 도로 등 주요 시설물을 점검하고 위험 요인을 파악 중이다.

전북자치도는 시·군이 집계한 피해 규모에 따라 중앙 부처와 함께 지원 범위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접수된 시설물 피해는 모두 286건이다.

지역별로 부안(245건), 정읍(19건), 고창(8건), 군산(4건), 순창·익산(각 3건), 김제·전주(각 2건) 등이다.

지진 피해 집계가 끝나면 각 시·군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피해 현황을 입력하게 된다.

이후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이 합동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한다.

피해 시·군의 재정 자립도, 낙후도 등에 따라 국비 지원, 도비 지원 등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 전북자치도는 설명했다.

도는 지난해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 등 과거 자연 재난을 기준으로 이번 지진 피해액이 26억원을 넘어야 국비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까지 도로 58곳, 터널 2곳, 저수지 156곳, 댐 3곳 등을 점검한 결과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도는 전했다.

김관영 지사는 "지난해 장수 지진에 이어 이번 부안 지진으로 전북 또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지진 발생에 따른 비상근무 체계 등 매뉴얼을 더 상세하게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지진 피해를 본 주민들의 빠른 일상 복귀를 돕고 심리 회복도 지원해달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