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해설 더한 이야기 공연 선보여…"신화는 내 마지막 작품"
사진·영상 준비하느라 밤샘 작업도…"아는 만큼 생생하게 보여요"
그리스·로마 신화 '가이드' 된 강남길…"함께 배우고 즐겨요"
"대한민국 최고 탤런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배우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로마 신화 안내자, 가이드로서 여기 섰습니다.

"
지난 8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배우 강남길이 무대 위에 등장하자 관객석에서 큰 박수가 쏟아졌다.

반소매 셔츠에 조끼를 입은 그는 두툼한 강연 원고를 든 채 "사진만 1천장 준비했다"고 자신했다.

1968년 영화 '수학여행'으로 데뷔해 1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인 강남길이 '신화 가이드'가 된 건 '강남길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공연을 위해서다.

그리스·로마 신화 '가이드' 된 강남길…"함께 배우고 즐겨요"
약 14년간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유적지와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발품 팔았던 그는 지난해 '강남길의 명화와 함께 후루룩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책을 내놓은 바 있다.

강남길은 자양강장변질제로 분류된 '박카스', 화장품 브랜드 '헤라' 등의 이름이 신화에서 비롯됐다며 "우리 삶 속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는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워낙 많은 신들이 나오다 보니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으시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천지창조, 인간의 탄생 등의 내용은 솔직히 재미없기도 합니다.

그냥 보시고 즐겨주세요.

"
그리스·로마 신화 '가이드' 된 강남길…"함께 배우고 즐겨요"
다양한 신화 이야기를 건네던 강남길은 주제에 맞는 음악도 소개했다.

올림포스의 12신을 이야기할 때는 무대 위 서울오케스트라가 영화 '어벤져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연주했고, '최고의 신' 제우스를 설명한 뒤에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주피터'(Jupiter·제우스의 영어식 표현)가 울려 퍼졌다.

공연이 끝난 뒤 연합뉴스와 만난 강남길은 "보다 쉽게, 또 재밌게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고민하다 보니 밤을 새웠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관객들에게 보여준 사진과 영상 모두 그가 직접 촬영한 자료다.

그리스·로마 신화 '가이드' 된 강남길…"함께 배우고 즐겨요"
영국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등에 있는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 1장당 2∼3초씩 편집했다고 한다.

자료를 다 보여주느라 공연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약 2시간 공연을 마친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재미있으셨냐'고 인사를 건넸다.

강남길은 "그리스·로마 신화는 신과 영웅, 인간이 어우러진 이야기"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대한 이야기지만 않은 만큼 보이고, 또 즐기고 이해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지휘한 김희준 숭실사이버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과 강연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곡 선정부터 머리를 맞대며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리스·로마 신화 '가이드' 된 강남길…"함께 배우고 즐겨요"
강남길은 "신화 속 이야기가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점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며 "몇 차례 리허설하면서 동영상 시간을 맞췄는데도 아직 보여주지 못한 사진·영상이 많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총 3권의 책을 펴내며 신화 공부를 '일단락'한 그는 최근 '도자기 그림'에 푹 빠져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크고 작은 도기에 그림을 남겼는데, 이를 통해 당대 문화와 신화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가 담긴 '그림책'인 셈이다.

강남길은 "한 박물관에서 도자기 그림만 한창 쳐다보고 있으니 박물관 직원이 '저 그림이 더 좋다', '이 그림도 살펴봐라' 권해줬다.

최근에는 취미 삼아 계속 보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가이드' 된 강남길…"함께 배우고 즐겨요"
추후 책으로 낼 생각도 있냐고 하자 그는 "책 내는 게 정말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남길에게 그리스·로마 신화는 어떤 의미일까.

"어떤 존재가 아니라 내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그만큼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있는 것도 신들의 축복 아닐까요?" (웃음)
공연은 15일과 22일 두 차례 더 열린다.

공연에서는 신과 인간의 사랑과 복수, 영웅들의 모험과 트로이 전쟁을 각각 소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