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들면 창덕궁 담장…바람·햇살·향이 채우는 '차경'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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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원진의 공간의 감각
원서동 카페 TXT
원서동 카페 TXT
TXT를 만든 이수환 대표는 공간의 모든 요소가 같은 말을 하길 바랐다. ‘미세기문을 밀어내는 힘이 어느 정도가 돼야 적당할까’부터 고민했다. 그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기를 원했다. 그 일이 또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딱 그만큼의 힘을 찾아 문의 무게를 정하고 자석의 힘을 빌려 리듬감을 더했다. 문을 여는 행위는 그곳을 찾은 이가 가장 먼저 겪는 소리 없는 인사나 다름없다. 그가 결정한 출입문 무게는 조금 엄격했지만 그만한 정중함을 지니고 있다.
출입구와 창이 있는 맞은편의 두 벽은 다른 방식으로 바깥 풍경을 이어 담았다. 겉으로 본드와 실리콘 흔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얇은 목재를 격자무늬로 엮어 붙였다. 천장에 붙은 냉방기에도 비슷한 격자무늬 틀을 덮어뒀는데 이는 궁궐 담장 무늬와 같다. 공간의 요소가 안과 밖을 연결하니 13.2㎡ 남짓한 면적이 충분히 넓게 느껴진다. 격자무늬 벽은 수납장 역할을 대신한다. 격자 너비와 높이가 카페에 필요한 도구를 딱 알맞게 둘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시선이 머무는 모든 곳의 요소는 정중하고 고요하며 아름답다.
이 대표는 이왕 빌려오는 자연의 맛이라면 가장 최상의 것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가꿔낸 커피 맛을 정중하게 설명하고 추출하는 일은 그가 생각하는 공간의 완성이기도 했다. TXT에선 정갈하게 갈아둔 연필로 주문서를 쓴다. 주문서에는 그날 준비된 커피가 나열돼 있거나 몇 가지 키워드로 자신이 원하는 커피를 찾을 수 있는 질문을 적어놓았다. 대체로 주문서를 작성한 끝에는 취향에 관한 깊은 대화가 이어지곤 한다. 주문이 완성되면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주전자를 들고 커피를 내린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좋아 골랐다는 도기 드리퍼와 서버 소리가 마지막으로 공간을 채운다. 문을 열 때 받은 정중한 인사는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켤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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