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백일해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초까지 1000명을 훌쩍 넘는 환자가 보고되는 등 최근 10년 새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100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의미처럼 백일해에 감염되면 발작적 기침을 한다. 성인은 가벼운 기침 증상만 호소하지만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감염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각지에서 보고된 백일해 환자는 1654명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누적 환자가 219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환자가 7배 넘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직 올해 상반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2019년 연간 누적환자 496명보다 3배 넘게 환자가 많이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명)에 비교하면 87배나 많은 환자수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에 감염돼 생기는 호흡기 질환이다. 대개 여름과 가을에 환자가 많다. 환자와 접촉하거나 기침 등을 통해 공기중으로 튀어나온 비말로 전파된다. 환자 1명이 12~17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해에 감염되면 4~21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시작된다. 전파력이 강한 초기엔 콧물, 발열 등의 감염 증상과 함께 가벼운 기침을 호소한다. 기침 강도가 높아지면서 기침 끝에 '흡'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기침과 함께 구토나 가래를 동반하는 환자도 많다. 숨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올들어 백일해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주춤했던 다른 감염병들이 다시 유행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일부 국가에선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백일해 검사가 늘어 환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캐나다, 호주, 필리핀 등으로도 유행이 확산고 있다. 미국에서도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에서 신고된 백일해 환자는 486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46명보다 2.8배 증가했다.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미국 서부 워싱턴과 오리건에선 지난해보다 환자가 각각 6배, 8.7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선 경계 경보도 발령됐다. 워싱턴주는 1세 미만 영유아가 호흡기 증상 등을 호소하면 백신해 진단을 고려해보라고 의료진들에게 권고했다. 오리건주는 1세 미만 영유가 감염을 막기 위해 임신 27~36주차에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권고했다.

백일해는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의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성인은 증상이 없거나 기침을 조금 오래하는 정도의 증상으로 끝나는 사례가 많다. 감염 예방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성인 환자를 통해 가정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아이에게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발작성 기침을 하거나 기침 증상이 밤에 더 심하다면 백일해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기침 후 구토로 이어질때도 마찬가지다.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유행하는 백일해의 병원성은 다른 국가 대비 특별히 높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1세 미만 아이들의 백일해 백신 접종률은 97.3%에 이를 정도로 높다. 발병 초기 항생제 등으로 치료하면 경과가 좋다.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다만 성인 백신 접종률이 낮은 데다 1세 이후 아이들의 추가 접종률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은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 차에 맞는 기초 접종과 생후 15~18개월, 4~6세, 11~12세에 맞는 추가 접종을 모두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 등도 백신을 맞는 게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