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 감정에 빠졌어. 그냥 순수하게." 우아한 중년의 여인 도영(전도연 분)이 가족이 모두 보는 앞에서 딸의 남자친구에게 입을 맞추고는 능청스럽게 말한다.
식구들은 경악하지만, 도영은 뭐 이런 걸로 호들갑을 떠느냐는 태도다.
재벌 3세로 태어나 고생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그는 매사에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사세가 기울어 언제 집이 넘어갈지 모른다는 경고를 들어도 "난 내가 원하는 건 항상 얻었다"며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다.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벚꽃동산'은 회사의 경영 악화로 저택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알코올 중독자 도영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재해석해 극의 배경을 120년 전 러시아에서 2024년 서울로 옮겼다.
도영을 연기한 전도연은 이 작품을 통해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은 명품 배우 전도연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벚꽃동산'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 회차가 매진됐다.
이날 1천300여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도 숨을 죽인 채 그의 연기를 지켜봤다.
무대 구석에서 대사 없이 어딘가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관객의 시선은 전도연에게 향했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엔 매우 이상한 도영이 밉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전도연의 연기 덕분이다.
글로 봤다면 아무것도 아닌 말이 도영의 입을 거치는 순간 어느새 폭소를 유발하는 유머러스한 대사로 바뀐다.
도영이 몇 년 전 막내아들 해준을 잃은 상처를 웃는 얼굴로 가리고 있는 모습 또한 애처롭다.
영화·드라마 등에서 주로 활동한 배우들이 연극에선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지만, 전도연은 특유의 또랑또랑한 대사 처리와 풍부한 감정 연기를 무대에서도 그대로 보여준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어디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한다.
'벚꽃동산'에는 도영 외에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사업가 두식(박해수), 도영의 오빠이자 회사를 이끄는 재영(손상규), 도영의 두 딸 현숙(최희서)과 해나(이지혜), 도영·재영 남매의 사촌 영호(유병훈), 가정부 두나(박유림), 해준의 과외 선생이었던 동림(남윤호) 등이 나온다.
다양한 인물이 별채라 불리는 이층집 안팎에서 제각각 등장하는 만큼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게 전개된다.
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도 모두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바람에 대화는 뚝뚝 끊긴다.
이대로 가다간 집안이 망한다며 회사를 팔라는 두식과 술이나 마시자며 냅다 춤추는 도영, 창고에서 꺼낸 레코드에 말을 거는 재영, 재영 남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영호, 혼자서 발끈해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을 비판하는 동림, 남몰래 연애에 몰두하고 있는 두나….
이 같은 불협화음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묘한 앙상블을 빚어낸다.
여기저기서 대사가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도 결코 리듬감을 잃지 않아 캐릭터 각각의 개성이 빛난다.
말맛 살린 연기 덕에 관객은 분명 비극을 보고 있는데도 웃음이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러시아 귀족의 몰락을 그린 원작과는 달리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신(新) 귀족인 재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금수저'와 자수성가 사업가,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 계급의 충돌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런 불균형은 집의 모양에서도 드러난다.
도영이 열여섯살 생일 선물로 할아버지에게서 받았다는 이 집은 으리으리하면서도 아슬아슬해 보인다.
지붕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가파른 계단으로, 왼쪽은 완만한 계단으로 이뤄졌는데 배우들은 이곳을 걸어다니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사이먼 스톤은 이 작품에 대해 "전쟁 이후 특권을 누려온 가정을 통해 한국적인 특수성을 반영했지만 사회적 불평등이나 부와 가난에 대한 오랜 갈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늘부터 국내 모든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화물차가 운행할 수 있게 됐다.국토교통부는 5일부터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기존 고속도로 4개 노선 332.3㎞에서 전 구간인 44개 노선, 5224㎞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시범운행지구는 자율주행차 연구·시범운행을 위해 운송과 안전기준 등 규제 특례가 부여되는 곳이다.국토부는 지난해 12월 경부고속도로 일부 구간 등을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자율주행 업계가 신규 운송 수요 등에 따른 노선 신설을 건의하면서 국토부도 지난 4일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위원회를 열어 시범운행지구를 국내 고속도로 전 구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또 자율주행차가 고속도로와 물류창고 사이를 원활히 통행할 수 있도록 19개 나들목(IC)과 물류 시설 간의 연결 도로 143㎞도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다.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확대로 인한 안전성 우려에 대해 국토부는 "고속도로는 일반 도로와 달리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연속 교통 도로'로 구간별 운행 여건이 유사하다"며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안전관리 역량을 고려하면 전 구간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고속도로 전 구간이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되면서 자율주행 화물 유상운송 서비스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자율주행차 유상 화물운송 허가 기준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지난달 일부 완화했다.이전에는 60일간의 화물 적재량(t)을 기재한 사전 운행 실적이 있는 경우에만 운송을 허가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에 따른 운행 기간도 사전 운행 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택배 등 '불특정 화물'은 적재량 측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
2023년 마라톤 출전을 위해 열심히 달리기를 하던 30대 남성이 대변에서 피를 발견했다.존 B. 존슨(John B. Johnson)은 최근 미국 건강 사이트 베리웰에 실린 인터뷰에서 "열심히 달리기 훈련을 하던 때라 치질이 파열된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존슨은 마라톤 완주 2주 후 대장내시경을 진행했고 의사로부터 "직장에 암 덩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정밀 검사 결과 우려는 현실이 됐고 존슨은 35세 나이에 대장암 2기 진단을 받았다.존슨은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정말 화가 났다"면서 "평소 채식하고 운동했지만 암을 피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베리웰에 따르면 존슨은 매년 조기 대장암 진단을 받는 수천 명의 미국 성인 중 한 명이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대장암 환자의 12%가 50세 미만에서 진단된다고 한다.과체중, 제2형 당뇨병, 흡연, 과음, 붉은 육류가 많은 식단은 대장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이 전부는 아니다. 유전학, 가족력, 염증성 장 질환도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사우스캐롤라이나 프리마 헬스의 대장외과 전문의이자 대장암 연합의 의학 종양학 고문인 세드렉 맥패든(Cedrek McFadden) 박사는 "잘 먹고, 운동하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면서도 암 진단받는 존슨과 같은 환자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맥패든은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전반적인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장암 진단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대장암은 결장과 직장에 발생하는 암으로, 주로 대장 내벽에 생긴 작은 세포 덩어리(용종)에서 시작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
과일 생산·유통기업 돌코리아는 오는 4~5월 두 달간 어린이 쿠킹 클래스를 확대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운영 횟수는 월 4회다. 기존의 월 2회보다 2배 늘렸다.이 클래스는 어린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돕는 돌코리아의 사회공헌활동이다. 2004년부터 전국 각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전개해왔다.참가를 원하는 어린이집은 이날부터 돌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된다. 선정 결과는 개별 연락을 통해 발표된다. 4~7세 원생 최대 4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돌코리아 관계자는 "어린이들의 체험 활동이 많아지는 봄 시즌에 참가 문의가 쇄도해 올해 특별히 확대 운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