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마넷 총리 등 만나…훈 센 "양국관계 개선 바람에 동의"
美국방 '친중' 캄보디아 방문…"위협력 강화 논의"(종합)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간) 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 꼽히는 캄보디아를 방문, 최고위 인사를 잇따라 만나 양국 관계 회복 방안을 협의했다.

이날 AFP·AP통신과 크메르타임스·프놈펜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지난달 31일∼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를 마치고 이날 하루 동안 캄보디아를 찾았다.

그는 훈 센 전 총리에 이어 훈 마넷 총리와 회담했으며 테아 세이하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도 만났다.

오스틴 장관은 훈 마넷 총리를 만난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캄보디아에서 훈 마넷 총리와 다른 캄보디아 고위 관리들을 만나 생산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미국-캄보디아 방위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방법에 대해 실질적인 대화를 가졌으며 추가 대화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훈 마넷 총리의 부친인 훈 센 전 총리도 이전에는 상호 신뢰가 결여됐던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오스틴 장관의 바람에 동의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어 "우리의 관계는 아주 나쁘지는 않다"면서 양국이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美국방 '친중' 캄보디아 방문…"위협력 강화 논의"(종합)
캄보디아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오스틴 장관의 이번 방문으로 70년 이상 지속한 양국 간의 좋은 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의 이번 방문은 지난 수년간 중국과 밀착한 반면 미국과는 관계가 소원해진 캄보디아와 안보 협력을 재설정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그간 캄보디아의 인프라 등에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퍼부으면서 캄보디아를 동남아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만들었다.

특히 중국 자금으로 대규모 개수공사를 마친 캄보디아 남해안 레암 해군기지에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 군함들이 머무르자 중국이 이곳을 제2의 해외 해군기지로 삼는 것 아니냐는 서방의 우려가 커졌다.

캄보디아는 지난 16일부터 중국과 연례 합동훈련인 '금룡(골든 드래건) 2024'를 역대 최대규모인 캄보디아군 1천315명, 중국군 760명 등 양국 병력 2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했다.

이 훈련의 비용은 중국이 댔다.

반면 미국과는 2017년 비슷한 합동 훈련을 하려다가 취소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훈 센 전 총리가 38년간의 집권을 마무리하고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나온 미국 유학파인 아들 훈 마넷 총리가 집권함에 따라 앞으로 양국 관계가 변화할지 주목된다.

동남아 전문가인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명예교수는 훈 마넷의 집권으로 양국 관계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면서 오스틴 장관의 이번 방문이 "양측이 방위 협력을 제한하는 자국의 엄격한 정책 일부를 버리고 공통 기반을 찾기 위해 새로운 대화에 관여할 뜻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AFP에 설명했다.

훈 마넷 총리는 1975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오스틴 장관과 동문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