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근 도의원 "많은 업무 혼자 다 못해…사진 찍어줄 사람 필요"
사적 업무 배제 '정책지원관' 시행 중…대법 "보좌, 법적 근거 없어"
지방의원 '보좌관제' 도입될까…'개인 비서화' 우려에 여론 싸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을 기점으로 지방의원의 '보좌관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자치도의회 의장 후보로 나선 박용근 도의원(장수)이 '꼼꼼한 예산 심의와 원활한 의정 활동'을 명목으로 보좌관제 도입을 공약했으나 보좌관의 '개인 비서화'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 도의원은 3일 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1인 보좌관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북자치도의회 의원 40명에게 보좌관을 1명씩 붙여준다는 말이다.

도의원과 조례 검토, 정책 수립, 정책 협조, 정책 공조 등 업무를 함께 할 인력을 선발해 입법 활동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공약의 취지다.

박 도의원은 "13조원이 넘는 전북자치도와 전북자치도교육청의 예산을 도의원들이 다루는데, 그 많은 일은 혼자 다 할 수가 없다"며 "보좌관들을 기간제로 뽑아 연습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보좌관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도의원의 업무를 나눌 인력을 선발하면 부실한 예산 심의가 줄어 예산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때 지방분권의 시류를 타고 중앙 정치권에서도 "전국 지방의원 수만큼 전문 인력을 두면 1년에 700억원 정도 예산이 들어가지만, 이 10배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옹호론이 확산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이러한 의견을 수용해 2021년 지방자치법 시행령 전부 개정안으로 만든 제도가 바로 '정책지원관'이다.

전북자치도의회 역시 시행령 개정 이후 법령에 맞게 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20명)로 정책지원관을 뽑았다.

정책지원관은 지방의원의 의정 자료 수집·조사·연구 등을 지원하되 지방의원의 사적인 사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정책지원관의 개인 비서화를 방지하려는 행정안전부의 의도다.

전북자치도의회 관계자는 "도의회에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보조하는 20명의 정책지원관과 7명의 전문위원이 있다"며 "도의원들이 바라는 건 입법 활동 보조 인력이라기보다 개인 수행 인력"이라고 말했다.

지방의원 '보좌관제' 도입될까…'개인 비서화' 우려에 여론 싸늘
박 도의원 역시 1인 보좌관제를 공약하면서 "외부 행사를 다닐 때 사진 찍어줄 사람이 한명도 없다.

멀리서 출퇴근하는 의원들은 어려움이 많다"고 말해 보좌관의 개인 비서화 우려를 키웠다.

전북자치도 한 고위 공무원은 "지방분권에 따라 다수의 국가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됐다고는 하지만 도의원들의 업무 보조는 현재 정책지원관, 전문위원 인력으로 충분해 보인다"며 "보좌관을 뽑으려면 정책지원관, 전문위원 인력을 줄이는 게 타당하고 보좌관이 사적인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지방의원 보좌관제는 이미 한 차례 대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2016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보좌관 논란'을 일으킨 서울시의회 입법보조원 채용계획을 직권으로 취소했고 공고를 낸 서울시가 이에 반발하면서 공이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당시 대법원은 원고(서울시장) 패소 판결을 하면서 "입법보조원의 업무는 지방의원 의정활동에 대한 보좌로 볼 수 있다"며 "지방자치법은 물론 다른 법령에서 지방의원에 대해 유급 보좌 인력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시의 채용공고는 위법하고 행정자치부의 직권취소 처분은 적법하다는 게 판결의 골자다.

따라서 박 도의원이 언급한 보좌관제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위법인 셈이다.

전북자치도의회 관계자는 "지방분권이 가속화하고 지방의회의 일이 많아지면 보좌관을 두는 것도 방법일 테지만 지금은 법적 근거도 없고 여론도 좋지 않다"며 "박 도의원의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