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둔화 이어 어류 폐사 우려에 양식업계 '이중고'로 시름
경남도, 면역증강제 공급·특약 보험료 지원 등 조기 대응나서
무더위 전망 올여름, 남해안 양식업계 고수온 피해 예방 '비상'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남해안 양식 어가에 고수온 피해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소비 둔화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고수온으로 인한 어류 폐사 우려까지 커지면서 어민들 시름이 깊어진다.

30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이 최근 해양 계절 예측 모델을 활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 우리나라 바다 수온은 평년보다 1도 정도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연안 및 내만 해역에서 평년 대비 1∼1.5도 정도 높은 표층 수온이 나타날 가능성도 클 것으로 전망됐다.

통상 바닷물 온도 1도 상승은 육지에서 약 5도 이상 오른 것과 맞먹는다.

이에 연안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 우려도 커진다.

이미 지난해 고수온 영향으로 어류 집단 폐사를 경험한 남해안 양식장은 벌써 비상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남 연안에서 사육 중인 어류는 2억4천238만4천마리다.

이 중 조피볼락(우럭)과 넙치 등 고수온 취약 어종이 1억1천949만5천마리(49.4%)로 전체 어류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우럭은 현재 1마리(500g) 기준 가격이 약 9천원 수준으로 2년 전 가격 1만2천원과 비교하면 약 25% 떨어진 상태에서 고수온 피해까지 현실화할 경우 더욱 상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장은 "우럭은 사룟값이 가장 많이 드는데 1마리를 키우기까지 최소 24개월이 걸리는 데다 최근 사료 가격까지 많이 올랐다"며 "양식 생존율이 60%대인 것을 감안하면 팔 수 있는 고기 자체가 적고 여기에 고수온으로 대량 폐사까지 발생하면 양식어민은 죽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식업계 우려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고수온 피해 조짐은 나타나기 시작한다.

수과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남해안 진해만에서 올해 첫 '산소부족 물 덩어리(빈산수소괴)'가 관측됐다.

빈산수소괴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3㎎/ℓ 이하인 물 덩어리로 어패류 호흡을 방해한다.

여름철 높은 기온으로 표층 수온이 올라가면 표층에서 저층으로 산소 공급이 단절되면서 주로 발생한다.

굴과 멍게 등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인한 빈산수소괴는 주요 폐사 원인이다.

박정식 멍게수협 지도경제상무는 "요즘은 기후 변화로 고수온이 잦은데 자연의 영역이니 어민들이 대비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 늘 걱정이다"며 "고수온이나 빈산수소괴 현상이 발생하면 어민들에게 양식어패류를 수심 밑으로 내려 대응하라는 식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도는 어류 면역증강제 약 13t을 양식 어가에 조기 공급하고 이상 수온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를 공급하는 등 피해 예방 및 대응에 힘쓴다.

양식 어업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도 없는 특약 보험료 지원 기한도 기존 2년 한정에서 무기한으로 바꿨다.

고수온 특약 가입 건수는 2022년 42건에서 지난해 8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도는 올해 관련 보험료 지원에 25억5천만원을 투입한다.

도 관계자는 "올해도 고수온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입해 양식어가 피해를 줄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