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처용', 파리 베를린 등 유럽의 유서 깊은 무대 오른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현대 오페라 '처용'을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 각국의 유서깊은 공연장에서 다음달 선보인다. 2024 파리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K클래식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다.

27일 국립심포니는 국립오페라·국립합창단과 함께 6월 9일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을 시작으로, 6월 11일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 6월 13일 빈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에서 오페라 처용을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하는 세 국립예술단체가 함께 해외 투어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7년 국내 초연한 오페라 처용은 신라 시대 설화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한국어 말맛을 주요 골조로 한국 전통음악과 바그너의 유도동기 기법(라이트 모티브)을 접목한 창작 오페라다. 작곡가 이영조는 서양음악 틀에 한국적인 것을 껴 넣는 것이 아닌, 서양음악을 한국적인 틀에 맞추는 방식으로 한국적인 신묘함과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작품은 옥황상제의 아들 처용이 부패한 신라를 구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오지만, 지상의 여인 가실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가실을 탐내던 역실의 꼬임에 넘어가 사랑과 나라도 모두 빼앗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투어에서는 제1막 ‘옥황상제의 진노’, 제2막 ‘경(승려의 노래)’ 등 주요 장면을 엄선해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관객과 만난다.
오페라 처용
오페라 처용
국립심포니는 1987년 처용을 초연한 데 이어 이번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도 이영조 작곡가의 ‘현을 위한 레퀴엠(2002)’ ‘아리랑 페스티벌(2019)’ 등 초연을 맡아온 국립심포니는 김택수(2014~2016), 전예은(2022~2023), 노재봉(2024~2025)을 상주작곡가로 위촉하며 한국 현대음악의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국립심포니 관계자는 "이번 투어를 통해 현재와 과거, 서양과 한국을 이으며 세계 속 한국 클래식 음악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세 국립예술단체가 올림픽이 강조하는 연대의 가치를 이어가 문화 올림피아드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공연을 위해 스위스 베른 오페라극장, 독일 마인츠 국립극장 등에서 연주하며 호평받는 대한민국 대표 지휘자 홍석원이 포디움에 선다. 연출에는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적 감수성을 녹여온 이지나가 키를 잡는다. 이 외 테너 김성현(처용), 소프라노 윤정난(가실), 베이스 권영명(옥황상제), 바리톤 공병우(역신)가 출연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