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를 떠나 민간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직에 들어온 2030 젊은이들이 공직 사회에서 민간 기업보다 낮은 보수, 과도한 업무량,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을 경험한 후 관가를 ‘우후죽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도 이들 공무원의 전문성과 인맥을 곧바로 활용할 수 있어 채용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봉·업무과다…MZ공무원 1만4000명 짐쌌다

관가 떠나는 MZ세대 공무원

26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무원 임용 후 5년 이내 퇴직한 신규임용 퇴직 공무원은 2019년 6500명에서 2023년 1만3566명으로 4년간 두 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퇴직공무원에서 신규임용 퇴직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17.1%에서 23.7%로 6.6%포인트 높아졌다. 연차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1년 미만 연차 공무원 3020명 △1~3년 차 5629명 △3~5년 차 4917명 등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7급과 9급 시험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온 공무원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하는 MZ세대 공무원 상당수는 대기업 신입·경력 공채를 통해 민간에 취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A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최근 진행한 신입 채용에서 중앙부처 MZ세대 공무원 출신이 낸 이력서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공직 생활이 길지 않은 젊은 공무원 출신들이 민간 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과거엔 볼 수 없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출신 취업 준비생에 대한 기업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공개 채용 시험을 통과해 능력과 성실함을 검증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규제 부처 출신 공무원은 ‘블루칩’으로 통한다는 게 인사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대기업 B사의 인사 담당자는 “올해 신입사원 70명 중 2명이 3~4년 차 중앙부처 공무원 출신이었다”며 “신입사원이 출근도 하기 전에 기재부 출신은 본사 기획부, 고용부 출신은 노무 담당 부서로 낙점받았다”고 말했다.

5급 행정고시에 합격한 인재 중에서도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는 공무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국토부 산하 새만금개발청에선 5급 행정고시 토목직 수석 합격자 출신인 E사무관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화제가 됐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에선 최근 저연차 사무관이 무더기로 사표를 냈는데, 모두 로스쿨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봉에 과도한 업무량

MZ세대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인사혁신처의 ‘2023년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공무원들이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를 낮은 급여 수준(51.2%)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과도한 업무량(9.8%), 경직된 조직문화(8.7%) 등 선택이 뒤를 이었다. 취업 시장에서 공무원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경쟁률은 21.8 대 1로 3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앙부처에서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이직한 김모씨는 “동기들과 비교하면 업계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적응하기 쉽고 월급도 2배 이상 올랐다”며 “정부의 규제를 어떻게 준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올해 기준 7급 3호봉 공무원의 월급은 220만9000원 수준으로 민간 기업에 크게 못 미친다.

곽용희/박상용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