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기초수급자 국선변호인 선임청구 기각…대법 "다시 재판"
기초생활수급자의 국선변호인 청구를 합당한 이유 없이 기각했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가운데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2심 판결을 지난달 25일 파기환송했다.

A씨는 재산이 없는 것처럼 꾸며 생계급여, 주거급여를 받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1, 2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임을 이유로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했는데, 2심 법원은 1심 법원과 달리 이를 기각했다.

결국 2심 당시 A씨는 변호인의 조력 없이 혼자 재판받게 됐다.

대법원에서는 A씨가 2심에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A씨가 1심 법원에 제출한 수급자 등 증명서를 통해 A씨가 빈곤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에서는 A씨가 수급자에 해당한다고 소명해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는데, 2심에서는 사정변경 없이 A씨의 국선변호인 청구를 기각했다"며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해 선정된 변호인하에 공판심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에서 변호인 청구를 기각한 것은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다시 2심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