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며 삼성과 SK에서 수장 교체가 잇따르는 등 재계가 조직 분위기 쇄신과 미래 경쟁력 제고에 고삐를 죄고 있다.
통상 사장단 인사가 연말에 이뤄져 온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원포인트 인사'는 그만큼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재계의 위기감을 나타낸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삼성, 반도체 수장 교체…이르면 이번 주 취임 메시지 낼 듯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새 수장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은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취임 메시지를 내고 반도체 경쟁력 회복과 조직 쇄신을 위한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사업부별로 업무 보고를 받으며 그간의 문제점 파악과 향후 전략 구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불리는 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그동안 DS 부문을 이끌어 온 경계현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전 부회장이 이끌던 미래사업기획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경계현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라는 모양새로 퇴진하고 전영현 부회장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내년에 경 대표가 물러날 때까지 기다려 경영 개선을 이뤄내기에는 경영 환경이 다소 급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의료기기사업부를 이끌던 김용관 부사장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반도체 담당으로 새롭게 배치했다.
반도체 '기술통'과 '전략통'을 동시에 재기용하며 초격차 경쟁력 복원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특유의 '충격 요법'으로 위기 극복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지난 2011년 7월 LCD 사업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장원기 사장을 전격 경질하고 DS 사업 총괄을 신설, 권오현 당시 반도체 사업부장을 총괄 사장에 임명한 바 있다.
연중에 단행된 이례적인 수장 교체에 재계 안팎에서는 전 부회장이 내놓을 메시지와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전 부회장이 당면한 과제는 엔비디아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5세대 제품인 HBM3E 품질 테스트 통과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품질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하자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HBM 주도권을 놓친 것에 대한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그만큼 시장 주도권 탈환에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록 1분기 반도체 실적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등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삼성의 위기감과 이에 따른 쇄신 움직임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일부 부서에서만 이뤄졌던 임원의 주 6일 근무가 최근 다른 전자 관계사까지 확대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의 발로다.
최근에는 실적 부진을 겪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인원 감축 등 경영 효율화에 들어가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서현 사장의 경영 복귀에 이어 임원 주6일 근무 확대, 네트워크사업부 경영 효율화,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가 잇따르며 초격차 경쟁력 복원을 위한 삼성의 분위기 쇄신 바람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SK, 에코플랜트 사장 교체…다음달 확대경영회의 열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서든 데스'(돌연사) 발언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취임 이후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분위기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SK에코플랜트의 박경일 사장이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히며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재계에서는 환경·에너지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 온 '전략통' 박 사장 대신 '재무통'으로 불리는 김 신임 사장이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사업 확대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자진 사퇴라고는 하지만 SK그룹 내에서 연중에 CEO 교체가 이뤄진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비록 주력 계열사는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다른 관계사 CEO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SK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여하는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월 1회 평일에서 격주 토요일 개최로 바꿨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은 한 달에 2번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사실상 반납했다.
재계 관계자는 "SK 임원들이 최근 주말 골프 약속을 취소하고, 법인 차량을 국산차로 바꾸고 있다"며 "일종의 기강 잡기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SK그룹은 다음 달 25일 전후로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리밸런싱' 작업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에서 남은 과제를 공유·논의할 예정이다.
확대경영회의는 이천포럼(8월), CEO 세미나(10월)와 더불어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다.
다만 회의 명칭은 '경영전략회의'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과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며 사업 재편과 'CEO 수시 교체' 움직임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에는 신세계그룹이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경질한 바 있다.
3월 정용진 회장이 승진한 이후 단행한 첫 쇄신 인사로, 신세계가 계열사 CEO에 대해 '원포인트' 교체 인사를 단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럽연합(EU)이 내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대미 보복관세 1단계 조치를 연기한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를 확인한 뒤 최종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무역위원회에서 “4월 2일 미국의 대응 발표를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며 “4월 중순까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즉각 보복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EU 집행위 역시 1단계와 2단계 조치를 각각 시행하는 대신, 4월 중순 두 조치를 동시에 단행할 방침임을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1단계 시행을 연기하면 1·2단계 대상 품목을 회원국들과 함께 논의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미국과의 협상 여지도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EU는 당초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25%) 발효에 대응해 내달 1일과 13일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1단계 조치에는 버번 위스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80억 유로(약 12조원) 규모의 상징적인 미국산 제품에 최고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2단계 조치는 공화당 핵심 지역에서 생산되는 총 180억 유로(약 29조원) 규모의 품목을 대상으로 하며, 이달 26일까지 구체적인 목록을 확정할 계획이었다.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단계 조치에 포함된 위스키 관세를 문제 삼으며 EU산 와인을 비롯한 모든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에 EU 내부에서도 보복 관세가 자
미국 노동부는 20일(현지시간) 지난주(3월 9∼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3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이는 전주 대비 2000건 증가한 수치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2만5000건)를 소폭 밑돌았다.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월 2∼8일 기준 189만2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3만3000건 증가했다.최근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고용 지표에 집중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노동시장 동향이 향후 경기 흐름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미국 군함 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 조선소 지분 투자와 무기 생산을 위한 해외 생산 거점 확보에 소요될 투자 자금 마련 차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한다고 20일 공시했다. 구주주 청약은 오는 6월 3일, 일반 공모 청약은 6월 9일부터 이틀 동안 이뤄진다. 신주 상장일은 6월 24일이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건 글로벌 방산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자금 상당 부분을 해외 현지 생산 시설에 쓸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방산 물자 역내 조달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에 이은 최대 시장인 유럽 공략을 위해선 현지 공장이 필수인 셈이다.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에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정규장 마감 직후 유증 공시가 나오자 시간 외 거래에서 하한가(-9.97%)로 직행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SDI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도 중점 심사 대상으로 심사하기로 했다.김우섭/김진원/맹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