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추도식 참석 후 양산 사저에서 환담…황우여 "저녁이 있는 정치 하자"
黃 '광폭 행보'에 당 일각선 "관리형 비대위, 전대 준비 충실해야" 비판도
與지도부, 평산마을 찾아 협치 손짓…文 "혐오의 정치 끝내야"(종합)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통합'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황 위원장은 이날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양산 평산마을로 이동,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당 지도부가 문 전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극단적 여소야대의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대립보다는 협치를 모색하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양산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20분가량 환담을 한 황 위원장은 정치 복원, 민생 문제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위원장은 "(여야가) 낮에는 형식적이고 틀에 잡힌 이야기를 해도 저녁에는 흉허물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저녁이 있는 정치'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지금 너무 극단적 대립과 혐오의 정치를 한다"며 "정치권에서 먼저 극단과 혐오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의 입장을 견지할 때 강하게 견지하더라도 언어 표현은 좀 순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황 위원장은 이번 문 전 대통령 예방에 앞서 민주당 이재명·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를 만났다.

與지도부, 평산마을 찾아 협치 손짓…文 "혐오의 정치 끝내야"(종합)
성일종 사무총장은 BBS 라디오에 나와 "정치를 하면서 여야가 자주 만나고 전직 대통령도 자꾸 찾아뵙고 지혜를 구하는 게 좋은 일 아니겠나"라고 황우여 비대위의 행보를 평가했다.

친윤(친윤석열) 성향 초선 당선인은 통화에서 "총선에서 108석을 준 국민의 뜻은 '소통하라'는 것이다.

국민과도 야권과도 소통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도 만나는 판국에 당에서 문 전 대통령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자격으로 전직 대통령들을 예방하면서 문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 전 위원장은 지난 2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총선 참패 이후 당 수습을 위해 임시로 띄운 '관리형 비대위'로서 이 같은 외부 활동에 치중하기보다는 전당대회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권주자는 통화에서 "비대위의 최우선 과제는 전대 준비"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전 대변인은 비대위 후 브리핑에서 "전대 관련 논의가 공식화된 것은 없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

비대위의 역할을 망각했다는 이야기는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대화 물꼬를 트고자 전직 대통령도 만나고 봉하마을도 가는 것"이라며 "국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대결만 하면 되겠나.

'나쁜 법'은 반대하지만, 화해·타협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감대를 만들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