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뜯어고쳐도 청순함이 살아 있다면, 또 다시 데미 무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arte]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 데미 무어

데미 무어는 며칠 전까지 프랑스 칸에 있었으며, 신작 <더 서브스턴스>가 이번 제77회 영화제 경쟁 부문에 나갔다. <더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는 여지없이 벗어 재꼈다. 언론들은 일제히 '60대 데미 무어 누드 연기'식의 제목을 뽑았다. 그래도 그 사진은 싣지 못했다. ‘쪼잔한’ 황색 제목에 불과했다.

여지없이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임산부가 벗은 몸을 보여준다는 것은 잉태에 대한 것, 수태와 출산에 대한 자랑스러움, 부끄러움이 없는 내추럴한 무엇, 더 나아가 인간의 몸이 지닌 원초적인 느낌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애니 레보비츠의 ‘모나리자’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이때의 데미 무어가 가장 예뻤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아름다웠다. 1991년에 찍었으니 브루스 윌리스와의 두 번째 딸아이인 스캇 라루 윌리스를 임신했을 때로 보인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그녀, 데미 무어가 자꾸 연하의 남자만을 찾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남편 브루스 윌리스 이후 무어는 애쉬튼 커쳐(15살 연하)와 세 번째로 결혼을 했었고, 커쳐와 헤어진 후에는 다시 해리 모튼이란 남자와 열애에 빠졌는데 18살 아래였고 첫째 딸 루머 윌리스의 애인이었다. 아이 엠 러브야 뭐야 이거.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 <아이 엠 러브>에서 주인공 엠마(틸다 스윈튼)는 아들의 친구와 뜨거운 사랑에 빠지고 결국 모든 걸 버리고 그를 선택한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이고 마음속으로 은밀하게 그런 금지된 사랑을 욕망할 것이어서 하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데미 무어의 욕망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차마 우리 자신이 직접 그러지는 못하고 있지만.


묵시록적인 영화의 효시 격 작품으로 <세븐 사인>만 한 것은 없다. 원제는 ‘세븐쓰 사인(7th Sign)'이며 이게 어법에 정확한 것이긴 하다. 7개 사인이 아니라 7번째 사인이란 의미를 갖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요한 계시록에서 말한 7번째 사인이 실현되면 세상이 망한다는 것, 인간이 신의 불과 물의 지옥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데미 무어의 역작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랑과 영혼>이며 <어 퓨 굿 맨>이다. 이 영화 얘기에 여전히 침을 튀기는 남자(여자)는 조심하면 된다. 수준이 별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여자)가 그 작품 보다는 <폭로>나 <주홍글씨>가 낫지, 그러면 그 사람이 조금 나은 사람이다.


<은밀한 유혹>에서는 솔직히 데미 무어의 연기는 몸의 매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야비한 로버트 레드포드와 무력한 남편 역의 우디 해럴슨의 갈등이 볼 만했다. 돈이 궁한 부부에게 재벌이 제안한다. 당신이 나하고 잔다면 당신 부부에게 백만달러를 주겠소. 게다가 이 재벌 젠틀한데다가 잘생기기까지 했다. 젠장. 자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영화이다.
< G. I. 제인 >은 작품 면에서 볼 때 말이 좋아 우국충정이지 미국식 국가주의, 쇼비니즘의 여성판이었다. 그러면 뭐 하나. 흥행은, 특히 국내 흥행은 대박을 터뜨렸다. 머리를 박박 깎고 나와서 엄청나게 하드 트레이닝을 받는 여성 장교 후보생으로 나온다. 그 ‘생고생’을 했지만, 이 영화 이후 데미 무어는 서서히 내리막을 걸었다.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부터이다.


무엇보다 데미 무어는 이제 와서야 성형 괴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냥 지금 정도에서 잘 늙어가면 좋겠다. 그러면 그녀는 지금부터라도 청순미의 극치였던 <사랑과 영혼> 때만큼 사랑받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늙은이가 될 것이다. 늙은 여자와 사랑하는 법. 바로 그걸 데미 무어가 그걸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매력적인 관계가 될 수 있겠는가. 남자나 여자나 진짜 사랑은 늙어서 하는 법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