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전망 상향·美연준 신중론도 조기 인하 명분 줄여 경제전문가들 "연준 9월 내리면 한은도 10∼11월부터"
한국은행이 23일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가계부채·부동산 불씨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이날 한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잡았기 때문에,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조차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데 한은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금리를 내려 역대 최대 수준(2.0%p)인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를 벌릴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결정의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세 개선,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는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전망한 물가 경로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물가는 성장세 개선 등으로 상방 압력이 증대되겠지만 완만한 소비 회복세 등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농산물 가격 추이, 성장세 개선의 파급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도 이날 내놓은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2월 전망 당시와 같은 2.6%, 2.2%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경기와 관련해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는 2분기 중 조정됐다가 하반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5%로 0.4%포인트(p) 상향조정됐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고, 3.50% 기준금리가 작년 1월 말부터 이날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이날 11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본격적 인하 논의를 하반기로 미룬 데는 물가와 환율 불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치솟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추지 못하는 이유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다.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준의 태도도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3.4%)이 3월(3.5%)보다 0.1%포인트(p) 떨어지면서 시장 일각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났지만, 연준 고위 인사 다수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지표 둔화세가 3∼5개월 정도 지속돼야 연말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인하 지연을 시사했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대체로 연준이 일러야 9월께, 한은은 이후 10월이나 11월에야 기준금리를 낮추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 또는 11월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두 나라 모두 연내 한 차례, 0.25%p씩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일러야 9월 금리 인하에 나서고, 인하 횟수도 연내 한 차례(0.25%p) 또는 두 차례(0.50%p)에 그칠 것"이라며 "연준의 인하 이후 한은도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텐데, 인하 횟수는 연내 한 차례(0.25%p)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종전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후 미국 증시 하락폭이 확대됐다. 동부 표준시로 오전 11시 5분에 S&P500은 0.9%,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1.3% 내렸다. 개장 직후 반등 시도에 성공했던 나스닥 종합도 0.5% 하락으로 돌아섰다. 오전 일찍 5% 반등했던 테슬라 주가는 1.9%, 엔비디아는 0.3% 상승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오전 일찍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미국에 보내는 전기 요금을 25% 인상하자 추가 보복으로 기존 25% 관세를 50%로 두 배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12일 자정부터 당장 발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캐나다가 유제품 및 기타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지 않으면 4월 2일에 캐나다에 대한 다른 관세도 "상당히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1월에 미국에서 일자리 공고가 약간 늘었지만, 채용하는 회사가 줄고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도 훨씬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일자리 창출 및 노동 이직 조사(JOLTS) 보고서에서 1월중 구인 건수가 작년 12월의 750만8천건에서 1월 774만 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763만건보다는 많다. 작년 12월의 750만건에서 232,000건 증가한 것이다. 12월의 구인 공고 수는 2년 만에 최저치에 가까웠다. 구인 공고수는 2022년의 기록적인 1,210만 개에서 3분의 1 이상 줄었다. 일자리도 줄었고 기업들이 더 이상 신속히 채용하지 않으면서 해고된 사람들이 바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따른 경제적 스트레스의 징후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고용을 미루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부 지출 감축과 공무원 대량 해고의 영향으로 경제 활동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속에서 향후 노동 수요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반적인 노동 시장은 여전히 양호한 상태로 실업률이 낮고 노동력은 지속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은 11일(현지시간)온타리오주가 미국으로 보내는 전기 요금을 25% 인상한데 대한 보복 조치로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이것은 내일 아침인 3월 12일(미국 현지시간)부터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는 12일 새벽 12시1분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던 25% 관세를 두 배로 늘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유제품 및 기타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지 않으면 4월 2일에 캐나다에 대한 다른 관세도 "상당히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조치가 "본질적으로 캐나다의 자동차 제조 사업을 영구적으로 중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가 발효된 후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포함된 상품에 대한 면제 조치를 취했다. 캐나다는 트럼프의 관세에 일련의 보복 조치로 대응했는데, 여기에는 온타리오에서 미네소타, 뉴욕, 미시간으로 보내는 전기에 대해 25%의 추가 요금을 부과한 것이 포함된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 또 미국 오렌지 주스, 신발, 오토바이와 같은 품목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온타리오주에서 전기를 공급받던 지역에 대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온타리오주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있는 미국 지역에서 트럼프 정부는 석탄 발전소의 가동을 늘리거나 송전 인프라의 허가 및 건설 등 신규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