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가계부채·부동산 불씨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치솟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추지 못하는 이유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진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기도 했다.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태도도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인하 지연을 시사했다.

또한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잡았다. 따라서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는 해석이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