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총선" 깜짝 발표한 英 총리…14년 만에 정권 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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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7월 조기 총선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여론조사에서 집권 보수당이 야당인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던진 정치적 승부수다. 14년만에 정권을 되찾아오려는 노동당과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는 보수당 간 한판 승부 결과에 따라 영국의 대(對)유럽연합(EU) 정책 등 외교 노선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조기 총선 카드는 수낙 총리에게는 ‘정치적인 도박’이나 다름없다. 그가 이끄는 보수당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다.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은 시장 선거가 치러진 11개 지역 중 단 한 곳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방의회 의석은 절반 가까이 잃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은 총리가 국왕의 재가를 받아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 수 있다. 법률상 차기 총선은 내년 1월28일 전까지만 치르면 된다.
불리한 정치적 여건에도 조기 총선을 결정한 배경엔 ‘늦을수록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낙 총리는 인플레이션 하락과 경제성장률 회복 등 최근의 좋은 경제 소식들이 여론조사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반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한 만큼 영국중앙은행(BOE)이 빨리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작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이 없는 현재로선 만큼 수낙 총리 입장에서 기다려서 딱히 득이 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FT에 따르면 보수당 의원들은 “수낙 총리와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은 연말에 감세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낙 내각은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내세워왔다.
반면 노동당은 14년만에 집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 있다. 노동당이 가장 최근에 집권한 건 1997년부터 2010년까지다. ‘제3의길’로 대표되는 13년 집권기 당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를 배출했지만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패해 계속해서 보수당에 뒤졌다. 보수당은 14년 째 집권 중이지만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4번 총리가 바뀌었다. 만일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게 되면 8년 새 6명의 총리가 탄생하는 것으로 영국에서 이처럼 잦은 총리 교체는 1830년대 이후 처음이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난 16일 6대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이미 선거전에 들어간 상황이다. 수낙 총리 기자회견 직후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사전 녹화 영상을 올리고 “보수당 집권 14년 동안 물가는 치솟고 치안은 위험해졌으며 공공 서비스에 위기가 왔다”고 수낙 내각을 비판했다. 이어 “혼란을 멈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영국의 외교 노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노동당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시 영국산 무기나 부품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대EU 정책의 변화도 예상된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영국에 18~30세 청년들의 이동장벽을 완화하는 협상을 제안했지만 수낙 내각은 이 제안이 브렉시트를 무력화하는 조치나 다름없다며 거절했다. 노동당도 공식적으로는 협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동당 한 고위 관계자는 FT에 “당이 총선을 앞두고 자유 이동에 관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강하게 반응했다”며 “당이 실제로는 공식 입장보다 협상에 더 열려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지방선거 참패 직후 조기총선 '승부수'
수낙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7월 4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빗속에서 우산 없이 연설에 나선 수낙 총리는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 왔다”며 “오늘 찰스 3세 국왕과 만나 다음 총선을 위해 5월 30일 의회를 해산할 것을 요청했고 찰스 3세가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당초 영국 총선은 10~11월에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조기 총선 카드는 수낙 총리에게는 ‘정치적인 도박’이나 다름없다. 그가 이끄는 보수당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다.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은 시장 선거가 치러진 11개 지역 중 단 한 곳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방의회 의석은 절반 가까이 잃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은 총리가 국왕의 재가를 받아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 수 있다. 법률상 차기 총선은 내년 1월28일 전까지만 치르면 된다.
불리한 정치적 여건에도 조기 총선을 결정한 배경엔 ‘늦을수록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낙 총리는 인플레이션 하락과 경제성장률 회복 등 최근의 좋은 경제 소식들이 여론조사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반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한 만큼 영국중앙은행(BOE)이 빨리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작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이 없는 현재로선 만큼 수낙 총리 입장에서 기다려서 딱히 득이 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FT에 따르면 보수당 의원들은 “수낙 총리와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은 연말에 감세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낙 내각은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내세워왔다.
노동당, 14년만에 정권 되찾을까
관건은 보수당 내 반발이다. FT에 따르면 보수당 출신의 한 전직 장관은 “이 결정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고, 한 현역 의원은 “이제는 체념했다”며 수낙 총리 결정을 비판했다. 수낙 총리의 리더십은 이미 많은 내상을 입은 상태다. 지방선거 참패 직후 보수당 하원의원 두 명이 탈당해 노동당에 들어갔고, 수낙 총리의 대표 정책으로 지난달 하원에서 통과된 흡연 규제 법안의 경우 보수당 의원 5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내각에서도 케미 베이드녹 산업부 장관과 과학혁신기술부·균형개발주택부 부장관도 반대표를 던졌다. 다음달로 예정된 난민 르완다 이송 정책에 대해서도 당내 반란이 극심하다.반면 노동당은 14년만에 집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 있다. 노동당이 가장 최근에 집권한 건 1997년부터 2010년까지다. ‘제3의길’로 대표되는 13년 집권기 당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를 배출했지만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패해 계속해서 보수당에 뒤졌다. 보수당은 14년 째 집권 중이지만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4번 총리가 바뀌었다. 만일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게 되면 8년 새 6명의 총리가 탄생하는 것으로 영국에서 이처럼 잦은 총리 교체는 1830년대 이후 처음이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난 16일 6대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이미 선거전에 들어간 상황이다. 수낙 총리 기자회견 직후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사전 녹화 영상을 올리고 “보수당 집권 14년 동안 물가는 치솟고 치안은 위험해졌으며 공공 서비스에 위기가 왔다”고 수낙 내각을 비판했다. 이어 “혼란을 멈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영국의 외교 노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노동당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시 영국산 무기나 부품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대EU 정책의 변화도 예상된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영국에 18~30세 청년들의 이동장벽을 완화하는 협상을 제안했지만 수낙 내각은 이 제안이 브렉시트를 무력화하는 조치나 다름없다며 거절했다. 노동당도 공식적으로는 협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동당 한 고위 관계자는 FT에 “당이 총선을 앞두고 자유 이동에 관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강하게 반응했다”며 “당이 실제로는 공식 입장보다 협상에 더 열려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