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환 삼기·삼기EV 대표가 충남 서산공장에서 전기차용 모터하우징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기 제공
김치환 삼기·삼기EV 대표가 충남 서산공장에서 전기차용 모터하우징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기 제공
알루미늄 다이캐스팅(고압 주조)은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주요 기술이다. 금형 틀에 고속·고압으로 알루미늄을 주입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부품을 대량 생산하는 고난도 공정이기 때문이다.

46년 업력을 자랑하는 삼기는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과 아우디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전문업체다. 자동차 엔진의 골격을 담당하는 실린더 블록, 엔진을 보호하는 타이밍 체인 커버, 자동변속기의 핵심 부품인 밸브 보디 등을 생산한다.

2020년엔 2차전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삼기EV를 설립해 전기차 분야로도 발을 넓혔다. 삼기EV는 지난 3월 SK온과 포드의 북미 합작사인 블루오벌SK와 647억원 규모 엔드플레이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엔드플레이트는 외부 충격이나 내부 팽창에 의한 배터리 손상을 막는 부품이다.

○“2년 내 美 현지화 완성”

'알루미늄 주조 강자' 삼기, 美 현지화 승부수
김치환 삼기·삼기EV 대표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쌓은 기술력을 토대로 2년 안에 미국에서 서플라이체인(공급 사슬)을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부터 미국 현지화 전략 마련에 공을 들여왔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현지 업체들의 요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미국에 창고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2년 전 이맘때 미국 진출을 본격화했다”며 “지난해 말부터는 매달 최소 열흘은 미국에 머무르며 공급처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가운데 2차전지 부품과 전기차·내연기관 부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삼기가 사실상 유일하다.

삼기와 삼기EV가 공동 출자해 앨라배마주에 설립한 생산법인 삼기아메리카는 이달 초부터 현지 현대차 공장에 연산 40만 대 규모의 밸브보디를 납품하고 있다. 30만 대 규모의 세타3엔진 타이밍 체인 커버도 이달 내로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경량화 부품도 개발

김 대표는 또 “기가캐스팅(초대형 프레스 기계로 특수 알루미늄 합금판을 한 번에 주조해 통째로 찍어내는 방식) 공법을 활용해 차량 경량화에 보탬이 되는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은 모든 전기 승용차의 차급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인 eM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eM은 주행거리를 50% 이상 늘릴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삼기EV는 올해 신제품을 2종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내연기관·전기차 부품뿐만 아니라 제품군을 확대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삼기의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삼기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5374억원에 7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 1분기엔 매출 1327억원에 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기EV는 지난해 매출 909억원에 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1분기 19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15억원 적자다. 김 대표는 “2026년 미국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실적이 차차 개선될 것”이라며 “지금은 매출을 꾸준히 늘리며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