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년치 자료 학습한 AI…'순식간'에 특보 발령지점 표시
사람 손 안 거칠 순 없어…'인력 증원'과 '제대로 전파' 과제
'사람보다 3배 빠른' AI 홍수특보 본격 운영…올핸 수해 없을까
"홍수특보 발령 시각이 3시간 앞당겨집니다.

"
재작년과 작년 전국에 큰 수해가 발생한 터라 올해 환경부는 집중호우나 홍수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을 막는 데 사활을 건 상황이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홍수예보시스템이 있다.

2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여름철 자연재난대책 기간이 시작된 이달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AI 홍수특보 시연이 이뤄졌다.

홍수특보는 '홍수주의보'와 '홍수경보'로 나뉜다.

하천이 견딜 수 있는 유량(계획홍수량)의 50% 이상의 물이 유입되리라 예상되면 홍수주의보, 70% 이상의 물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 홍수경보가 발령된다.

AI의 홍수특보 발령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지금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졌다.

겉으로 보기엔 지도에 '노란 점'을 하나 찍는 정도의 간단한 작업처럼 보였다.

시간은 AI가 '지시'한 대로 홍수특보를 발령해도 되는지 사람이 물리모형으로 재차 검증하는 데 더 소요됐다.

홍수특보는 강우레이더 9기, 전국 427개 지점 강수량, 673개 수위관측소 관측값, 하천 253곳의 유량, 댐과 보 방류량 등을 분석해 내려진다.

기존엔 방대한 자료를 사람이 물리모형을 이용해 수동으로 분석했다.

이에 홍수특보를 내려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자료를 분석하는 데 30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강우량과 댐 방류량, 하천 수위 등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10년 치 이상 학습한 AI는 10분마다 자동으로 하천 수위를 계산해 특보 발령 여부를 판단한다.

충북에 이틀간 300㎜ 가까운 비가 내렸던 지난해 7월 14일. 당시 괴산군 달천 목도교에 홍수주의보가 '오전 11시 20분'에 발령됐는데, AI 홍수예보 체계가 있었다면 3시간 이른 '오전 8시'에 주의보가 내려졌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보다 3배 빠른' AI 홍수특보 본격 운영…올핸 수해 없을까
AI를 통한 시간 단축은 홍수특보 발령 지점 확대로 이어졌다.

올해 5월부터 홍수특보 지점은 223곳으로 종전(75곳)의 3배로 늘었다.

특보를 빨리 내릴 수 있게 되면서 과거 홍수에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148개 지점이 추가됐다.

물론 AI 홍수특보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과거 자료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기에 '전례 없는 극한 기상현상'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환경부는 물리모형으로 극한 기상현상이 발생했을 때 자료를 AI에 학습시켜 이에 대응하고 있다.

홍수특보를 AI에 오롯이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서 특보 지점이 늘어난 만큼 인력이 증원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신뢰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사후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점에서 AI가 단독으로 홍수특보를 내기는 어렵다.

올해 4개 홍수통제소에 각각 1명씩 인력이 증원됐지만 홍수예보 지점이 3배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AI 투입에도 불구하고 업무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론 홍수특보 지점을 늘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현재 홍수예보 지점이 설정된 하천은 177개로 전국 3천841개 하천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홍수특보가 실질적인 대응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는 올해 홍수특보가 발령되면 지자체 부단체장에게 음성메시지로 통보하고 수신을 확인받는 체계를 도입했다.

부단체장 지휘 아래 실질적인 조처가 빠르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홍수특보 전파에 '재난안전통신망'도 활용한다.

작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기 2시간 전 환경부 금강홍수통제소는 지하차도와 600m 떨어진 미호천교 지점에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76개 기관에 이를 통보문으로 전달했으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