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못하게 협박하는 복지차관·대통령실 관계자 처벌해달라"
의협 "전공의 복귀 시한 두고 말 바꾸는 정부, 납득 못 해"(종합)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대통령실 관계자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무책임한 말로 의정 대화를 막고 있다며 이들을 처벌해달라고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의협은 2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어제 언론보도를 통해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질수록 각종 손해배상 책임을 비롯해 짊어져야 할 몫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하며 공갈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며 "구상권을 청구할 대상은 우리 전공의들이 아니라 전공의 없이는 병원이 돌아가지 않게 의료제도를 망쳐온 복지부 관료와 대통령실 관계자"라고 밝혔다.

또 "의료농단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박민수 차관은 오늘 한 언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임현택 의협 회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의협을 모욕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토로했다.

이는 박 차관이 이날 오전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판사가 정부 측에 회유당했다는 임현택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의협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입장에서 이 발언이 적절했는지, 법 테두리 안의 공익적 활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말이다.

임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가 의대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자 "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회유됐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며 법원 판결을 비판한 바 있다.

의협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못하게 하고 협박하는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와 복지부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라며 "의정 간 대화를 아예 틀어막는 이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해주실 것을 대통령께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또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 언제든 원점에서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의정 협의를 실시간 생방송으로 공개해 국민과 함께 의료사태를 해결해달라"며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는 "전공의들은 우리나라 의료에 필요한 의사가 되겠다며 열심히 노력한 죄밖에 없는데 복지부와 대통령실이 이들의 꿈을 꺾고 병원에서 내쫓았다"며 "전공의가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대통령이) 박 차관과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인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공보이사는 정부가 전공의에게 복귀 시한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전공의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전공의가 2월에 사직했을 때 당장 돌아오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했다가 3∼4월에도 내내 언제까지는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5월 30일까지는 무조건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가 또 다른 이유를 들면서 한 달 정도 유예가 가능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듯 일방적 철회도 분명히 가능하니까 이런 식으로 매번 말이 바뀌는 것"이라며 "이제 시한이 끝났으니 더 이상 (행정조치를) 막을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는 절대로 전공의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부당한 형태로 구상권 등을 청구했을 때는 의협이 어떤 형태로든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올해 2월 19일 병원을 대거 떠난 전공의들은 다음 연차로 진급하거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이달 20일까지 복귀해야했다.

그러나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병원에 소명함으로써 추가 수련 기간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며 구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