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계엄령에 5년 임기 연장…서방에 전쟁 직접 관여 압박
마음급한 젤렌스키 "'러 본토 공격' 서방 무기 사용 협상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등 우방국의 군사 지원이 더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취임 5주년을 기념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리고 이후 모두가 함께 내리는 모든 결정이 약 1년 정도 늦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전 두 걸음 후퇴하는 것이 현 실정"이라며 "패러다임을 조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을 향해 보다 직접적인 전쟁 관여를 압박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서방에 대한 지원 강화 및 이른바 관여의 '레드라인'에 대한 압박 요청은 젤렌스키 병력이 처해있는 전투 상황을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통신은 풀이했다.

2019년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원래 이달로 끝나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내려진 계엄령으로 모든 선거가 중단됨에 따라 대선 없이 대통령직을 이어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는 최근 전황에 대해 "매우 강력한 (전투의) 물결이 돈바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전황이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동부 하르키우주(州)에 대한 공격은 현재 "통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방국들이 더 직접적으로 전쟁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그는 이웃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군사력이 우크라이나 영공으로 발사되는 러시아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항공기 300대를 사용하고 있다"며 "영공 방어를 위해 우리는 적어도 항공기 120~130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투기를 직접 공급할 수 없다면 이웃 나토국들로부터 항공기를 파견,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 지역과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서방의 무기를 사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국제 파트너국들과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되 러시아 영토 내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에 사용하지 말라는 제한을 뒀다.

이는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의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15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와 관련해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위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묵인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직까지 (협상에서) 긍정적인 점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와 관련해선 중국의 회의 참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1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며 양국의 밀착을 과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뒤에 "누가 종전을 원하고 누가 러시아와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라는 점과 관련해선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공화당 측에서 나오는 일부 메시지는 우려를 낳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