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일본기원 입단…천원전·왕좌전 등 다수 타이틀 획득
일본기원 보급 담당 상무이사로 바둑 저변 확대에 주력
"LG배 숫자상으로 열세인 일본, 일단 목표는 8강 2명 진출"
LG배 일본 단장 류시훈 9단 "스미레는 오타니처럼 성공하길"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본선 24강전이 열린 2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 위치한 검토실에서 베테랑 프로기사 최규병(61) 9단이 일본선수단 단장과 반갑게 담소를 나눴다.

이번 LG배에 일본 선수들을 이끌고 참가한 단장은 다름 아닌 일본기원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류시훈(52) 9단이었다.

한국기원 1기 연구생 출신으로 이창호 9단과 동기였던 류 단장은 만 14세였던 1986년 대망의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2년 뒤인 1988년 입단 관문을 통과해 일본기원 프로기사가 됐다.

1990년에는 24연승을 달리며 신인상을 받은 류 단장은 이후 천원전과 왕좌전 등 다수의 타이틀까지 획득하며 정상급 기사로 활약했다.

이제는 승부의 세계에서 한 걸음 물러난 류 단장은 일본기원 보급부 담당 상무이사를 맡아 바둑 저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다음은 류시훈 단장과 일문일답.
LG배 일본 단장 류시훈 9단 "스미레는 오타니처럼 성공하길"
-- 일본 선수단 단장으로 LG배에 참가했는데 이번 대회 목표는 무엇인가.

▲ 한국이 13명, 중국은 6명이 출전했는데 일본은 3명뿐이라 숫자상으로 열세다.

지난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시드를 많이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일단 목표는 1회전과 2회전을 통과해 8강에 두 명이 진출하는 것이다.

-- 일본에서 현재 바둑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 아무래도 예전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게임이라든지, 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 등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이 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둑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오락거리가 많이 생겼다.

-- 인터넷의 등장으로 한국이나 중국 바둑도 위기인 것은 사실인데 일본의 국제대회 성적이 예전보다 못한 것은 어떻게 보는가.

▲ 중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바둑을 지원하고 있다.

프로기사층만 보면 한국보다 더 두껍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신진서 9단 혼자서 다른 기사들을 모두 이기는 등 1인자 계보를 잇고 있다.

조훈현 9단부터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박정환 9단에 이어 신진서 9단까지 세계적으로 특출한 기사는 늘 한국에서 배출하고 있다.

유독 한국에서 1인자가 나오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승부 기질이 강한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나라에서 지원을 안 하는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보다 부진한 것 같다.

LG배 일본 단장 류시훈 9단 "스미레는 오타니처럼 성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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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초등학교 6학년 때 해태배에서 우승하고 중학교부터는 공부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한국기원에 연구생제도가 생겨서 들어갔는데 이창호 9단이 1위였고 내가 2위였다.

그러면서 바둑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로는 환경이 가장 좋았던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다.

-- 일본에서 여러 차례 타이틀을 따면서 정상급 기사로 활약했는데 지금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 현재 일본기원에서 보급 담당 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바둑을 알려주고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일본기원 운영은 어떻게 하나.

▲ 한국은 올해 정부 예산이 크게 줄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일본도 예전보다 힘들다.

일본기원은 바둑신문이나 잡지, 책 등을 발간하면서 출판사업을 많이 했는데 이제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출판물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또한 온라인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 보는 것이 아니라 공짜라는 인식이 높다 보니 기원 운영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주요 신문들이 기전을 운영하면서 지원해 주는 게 도움이 된다.

LG배 일본 단장 류시훈 9단 "스미레는 오타니처럼 성공하길"
-- 현재 일본 바둑계 판도는 어떤 상황인가.

▲ 이야마 유타 9단과 이치리키 료 9단,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의 3강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어린 기사 중에서는 후쿠오카 고타로 5단과 사카이 유키 4단 등이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여자 기사 중에서는 자매인 우에노 아사미 5단과 리사 2단의 재능이 뛰어나다.

-- 일본 여자바둑에서 유망주였던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이 한국기원으로 이적했는데 일본 팬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스미레 3단이 일본에서 활약하면서 화제를 좀 더 모았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으로 이적한 것 같다.

현재 여자바둑 세계 최강은 최정 9단인데 최정을 꺾으려면 한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스미레가 한국으로 갔다고 일본 팬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일본 야구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듯이 스미레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활약한다면 바둑계 전체로 좋은 일이다.

--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대만 등 바둑계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나는 일본으로 건너와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프로기사 활동을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보답하고 싶은데 일본 바둑이 발전하는 게 세계 바둑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바둑이 밀려나 아쉬운데 일단 보급에 주력할 생각이다.

오는 7월이면 상무이사 임기가 끝나 기사회장을 맡을 예정인데 초등학교 등을 다니면서 바둑 보급에 주력할 생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