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너머로는 구름이 넘실댄다.
수염과 지느러미, 부리부리한 눈 등을 생생하게 그려 강렬한 느낌을 준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소장했던 '용무늬 청화백자 항아리'가 미국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휴스턴박물관에서 현지 관람객과 만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휴스턴박물관의 캐롤라인 와이스 로 전시관 1층에 있는 한국실을 새로 단장해 재개관했다고 20일 밝혔다.

2019년 기준 연간 관람객 수는 약 125만명으로, 지난 2007년부터 한국실을 운영해왔다.
기존 한국실이 한국의 역사·문화를 두루 다뤘다면, 새로운 공간에서는 조선시대에 집중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기조 작가의 달항아리와 조선시대 불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휴스턴박물관이 소장한 현대 작품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이 어우러진 지점이다.
조선의 궁궐을 재해석한 미술 작품, 호랑이 다리 모양의 소반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조선 왕실에서 자손이 태어났을 때 태(胎)를 보관하고 기록했던 태 항아리와 태지 접시, 조상에 예를 갖춰 올렸던 제사용 그릇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많은 사람과 나누려 한 기증자들의 노력도 전한다.
새롭게 꾸민 한국실에는 고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총 3명이 기증한 애장품 11점이 전시돼 있다.

1만여 점의 문화유산을 기부한 동원(東垣) 이홍근(1900∼1980) 선생의 '백자 향합', 평생에 걸쳐 조선의 청화백자를 지키고 수집한 의사 박병래(1903∼1974) 선생의 제기접시 등도 소개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더 많은 이들이 보고 누릴 수 있도록 유물을 소중히 수집한 기증자의 마음이 현지 관람객들에게도 전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추후 대중 강연 등 각종 행사를 열어 한국 문화를 현지에 소개할 예정이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휴스턴박물관이 기존과 차별화되는 다양한 교류 사업으로 영향력을 확장해 한국 문화 홍보와 위상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