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재
독일 뮌헨 무역관장
김연재 독일 뮌헨 무역관장
독일이 고전하고 있다. 저렴한 러시아 천연가스로 양질의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하던 독일이었지만, 코로나와 국제 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호시절은 갔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0.3%로 하락했고, 올해에도 0.2%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세계 언론은 독일을 ‘유럽의 병자’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불황은 특히 국가경제의 중추인 자동차 산업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년 예산을 상회하는 5642억 유로(약 830조 원)였다. 고용인원 78만 명과 GDP의 7.7%가 자동차 산업에서 나온다. 코로나 이후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하고, 전기차 전환까지 늦어지자 독일 경제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우리가 종주국”이라는 ‘차부심’이 강한 독일인들의 마음은 지금 착잡하다.

전기차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열쇠다.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를 15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 대응예산을 보조금 재원에서 긴급 마련한 정부조치에 연방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 위헌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중단되자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는 14%나 감소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까지 거세다.

독일의 전기차 시장은 진퇴양난에 처한 듯하다. 그러나 독일 전기차 시장은 단기부진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이유로 결국 제 자리를 찾아나갈 것이다.

첫째, 올해 독일의 전기차 생산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올해 독일의 순수 전기차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25% 늘어난 116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전히 독일은 세계 2위의 전기차 생산국가로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한다. 또한, 2028년까지 전기차 R&D에만 약 2800억 유로(약 400조 원)가 투입될 계획이다.

둘째, 독일의 완성차 메이커(OEM)는 이미 전기차로 중심을 옮겼다. 현재 독일 대표 브랜드 3사의 전기차 생산비중은 10% 내외지만 전환속도가 가파르다. 특히, 뮌헨 소재 BMW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는 38만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74.4% 증가한 수치다. 올해 BMW는 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 전체 생산의 20%를 전기차로 달성할 계획이다.

셋째, 독일의 충전 인프라는 급증하고 있으며, 품질도 개선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공용 충전기 100만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인프라 확장에 올해에만 47억 유로(약 7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독일 주유소 체인 1위 회사의 주유소에도 150KW(킬로아워) 이상의 급속충전기가 늘어나고 있다. 이 회사는 충전기 수를 2025년 5000개, 2030년까지 2만 개로 늘릴 예정이다. 독일에는 편의점이 없어, 생필품 구입을 위해 주유소를 자주 찾는다. 집 앞 주유소 어디에서나 급속충전을 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독일은 의사결정 과정을 중시하여, 결론까지 시간이 걸리나 결정한 사안은 꾸준히 달성해 나간다. 다양한 글로벌 위험 요인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중시하는 독일의 성향상 전기차 전환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본격화 될 독일 전기차 시장을 대비해 전기차의 핵심인 2차전지를 포함한 우리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