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간 가둬…범행 들통날까봐 절도범으로 몰아 신고했다 덜미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지숍에 데리고 있던 불법체류자 신분의 여성이 도망을 쳤다는 이유로 붙잡아 가둬 놓고 폭행한 한국인 업주가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특수강도, 감금, 영리약취, 폭행 등의 혐의로 40대 A씨 등 한국인 3명과 중국 교포 1명, 태국 국적 여성 1명 등 총 5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잠적을 해?"…불법체류 여성 감금 폭행한 마사지숍 업주 구속
A씨 등은 지난 3월 24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11일간 안산시 소재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지숍 창고에 태국 국적의 불법체류자 신분인 20대 여성 B씨를 감금한 상태로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경북지역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B씨의 빚 3천만원 상당을 속칭 '마이낑'(선불금) 방식으로 변제해주고 자신들의 업소로 데려와 일을 시켰다.

그런데 A씨 등은 B씨의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폭행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B씨가 3월 14일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잠적하자 그를 찾아 나섰다.

A씨 등은 태국인들의 유흥업소 구인구직 사이트 역할을 하는 SNS에 B씨의 현상금 300만원을 걸어놓고 제보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추적 열흘 만에 모처에 있던 B씨를 붙잡아 마사지숍으로 끌고 왔으며, 이후 2평 남짓한 창고에 가둔 채 폭행하고, 외출할 때는 밖에서 잠금장치를 채워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A씨 등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불법체류자인 B씨를 강제 출국시키려 시도하면서 드러났다.

A씨 등은 B씨가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될 경우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즉시 강제 출국 될 것으로 보고, 지난달 3일 오후 11시 40분께 B씨를 부천시청 앞으로 데리고 나간 뒤 사전에 B씨의 가방에 자신들의 지갑을 넣어둔 상태로 "어떤 외국인 여성이 길에 떨어진 지갑을 가방에 주워 담는 것을 목격했다"고 112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수사에 나섰으나, B씨가 절도 혐의를 부인하고, 오히려 폭행 피해를 주장하자 사건을 재검토했다.

경찰은 한 달여간의 수사 끝에 A씨 등이 B씨를 폭행한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 10~11일 A씨 등을 잇달아 검거했다.

A씨는 경찰에서 "B씨가 감금 폭행 피해에 대해 경찰에 신고할 것이 우려돼 강제 출국시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부천권 경찰서가 사건 처리가 빠르다는 소문을 듣고 부천으로 와서 B씨에게 절도 누명을 씌웠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 당시 그의 신체에서는 다수의 멍 자국이 발견됐다"며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B씨의 진술에 의구심을 갖고 수사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운영해 온 마사지숍의 불법 여부 및 다른 종업원에 대한 폭행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