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베이징에 이은 두 번째 방문지인 하얼빈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에너지, 농산물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헤이룽장성 성도 하얼빈에서 열린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과 제4회 러시아·중국 지역 간 협력 포럼에서 한 연설에서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동맹은 계속해서 강화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환경친화적이고 저렴한 빛과 열(에너지)을 중국에 중단 없이 공급할 준비가 돼 있고 그럴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간 불가분의 파트너십은 양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에너지 안보의 안정적 보장, 신산업과 고임금 일자리 창출, 양 국민의 삶의 질 개선 등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이 방문한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은 러시아 색채가 강해 ‘동방의 모스크바’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박람회 일정 후 중국 군사기술 연구의 핵심 기관으로 미국이 제재 대상에 올린 하얼빈공대를 방문했다. 서방 제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올림픽 휴전’ 문제를 논의했다. 시 주석은 최근 유럽 순방 중 정상회담을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여름 프랑스 파리올림픽 기간 휴전을 공동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취재진에 “하르키우 전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우크라이나의 잘못”이라면서도 “하르키우 점령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방면으로 진군하고 있다.

중·러의 군사·경제적 밀착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는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이날 중국 태양광 업체를 겨냥해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재부과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중국을 상대로 관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EU집행위원회는 통조림과 같은 식품 포장용 캔이나 전자부품 등에 널리 쓰이는 중국산 주석도금 강판(석도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철강업계의 관측이다.

EU는 최근 들어 중국산 전기차·풍력터빈·태양광 등에 대한 무역 제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