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잘 됐고 무덤덤하다…단일대오 유지할 것"
"필수의료 종사하겠단 마음 이미 포기", "돌아갈 생각하는 전공의 못 봐"
"해볼 때까지 해보자"면서도 "병원 적자 심각해질 것" 우려
전공의들 "기각 신경 안 쓴다…어쨌든 우린 복귀하지 않을 것"
법원에서 의대 증원 효력에 대한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했지만, 전공의들은 "차라리 잘 됐다"며 현장에 복귀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의사들 간 넉 달째 이어진 대치 국면에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지만, 전공의들은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가 의료계에서 낸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17일 전공의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전공의 단체 SNS 등에서는 "무덤덤하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전공의는 "오히려 기각이 낫다.

단일대오를 유지하자"고 했고, 다른 이는 "인용됐으면 교수가 더욱 복귀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차라리 잘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전공의도 "인용됐다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듯한 퇴로를 제공하는 셈이 되는 것인데, 오히려 인용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의대증원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일부 전공의들이 '생활고'를 이유로 병원으로 복귀해 단일대오가 깨질 수 있었는데,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최근 사직한 전공의 A씨는 연합뉴스에 "우리는 이미 자포자기한 심정"이라며 "필수의료 쪽에 종사하려고 했던 마음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이 상황이 계속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은) 굽힐 생각이 없고, 정부는 그대로 갈 것이니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한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다"며 "기각 처리되고 (단일대오로) 쭉 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
사직 전공의 B씨는 "애초에 제 주변에 돌아갈 생각을 하는 전공의를 거의 못 봤다"며 "정부가 처음 대립각을 세운 후에 한 달 무렵 지났을 때부터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서 기대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B씨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정나미가 떨어졌고, 임계점을 이미 넘어버렸다"며 "굳이 이런 상황에서 필수과 수련을 위해 애를 써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으로 전공의들의 투쟁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직 전임의 C씨는 "절차적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법원에서 이 정도까지 온 건데, 우리가 보기에는 근거가 있음에도 안 됐다"며 "우리는 오히려 해볼 때까지 해보자는 식으로 갈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심각한 문제는 전공의 등 의사들이 아니라, 병원 운영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전공의 이탈로 병원이 수술과 진료를 줄이면서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데,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수련병원이 더 이상 적자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사직 전공의 D씨는 "우리야 사직을 계속 유지할 것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대학 병원 재정난"이라며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서 월급을 준다고 들었는데, 병원들도 점차 경영에 한계점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