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탕 서울, 독일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개인전
카세트테이프로 표현한 '블랙 스완' 내털리 포트먼
전시장 벽면에 영화 '블랙 스완'에 출연한 내털리 포트먼의 초상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포트먼의 모습을 구성하는 것은 모두 카세트테이프의 라벨들이다.

그런가 하면 전시장 곳곳에 세워진 색색 기둥들의 소재는 LP이다.

카세트테이프나 LP 같은 아날로그 음악 저장 매체를 이용해 작업하는 독일 작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50)의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페로탕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하던 시절 콜라주 작업을 하면서부터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한 작업을 하게 됐다"며 "원래는 어떤 노래를 책의 형태로 풀어내고 싶었고 당시는 다들 믹스테이프를 만들어 음악을 교환하던 시기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재료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베이에서 구하거나 버려지는 것들을 가지고 오는 식으로 테이프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세트테이프로 표현한 '블랙 스완' 내털리 포트먼
그의 작업은 매체의 특성이나 내용 모두 추억이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매체가 되어 버린 카세트테이프나 LP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기둥 작품의 색상 조합도 고향의 분수대 색깔, 여자 친구의 어머니가 입었던 옷 색깔 등 작가의 기억에 기반한다.

회화 작품에도 카세트테이프나 VHS 비디오테이프에 쓰이는 자기 테이프가 사용된다.

미리 처리한 캔버스에 자기 테이프를 붙인 뒤 떼어내면 밑 처리 방식에 따라 테이프의 자기층이 캔버스에 달라붙거나 제거되면서 긁힌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 위에 작가의 붓질이 더해지면서 추상표현주의 작품 같은 느낌의 회화가 완성된다.

전시작은 각종 영화와 미술사의 주요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많다.

흑조와 백조를 대비시킨 카세트테이프 작업은 스웨덴 작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백조'(1915)에서, 1층 전시장 벽을 장식한 벽지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색색의 기둥은 루마니아 조각가 콘스탄틴 브란쿠시의 작품 '끝없는 기둥'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카세트테이프로 표현한 '블랙 스완' 내털리 포트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