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조건 충족하면 '법인이 동일인'…"구조상 사익 편취 유인 적어"
상출집단 기준 GDP 0.5% 이상으로 변동…"시장 여건에 탄력적 대응"
쿠팡·두나무 '총수 동일인' 피해…지정 기준 'GDP 연동' 완화
올해 대기업 집단 지정부터 개정된 동일인 지정 규정이 적용되면서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은 '총수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상출집단) 지정 기준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연동형'으로 개편되면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상출집단에서 제외됐다.

◇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 적용…쿠팡·두나무 '법인 동일인'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발표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는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처음 적용됐다.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보는 일반 원칙은 유지하되, '예외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개정 시행령의 골자다.

시행령이 정한 예외 조건은 ▲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기업집단의 범위가 동일하고 ▲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으며 ▲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는 경우 등 4가지다.

대기업 집단 중 이 쿠팡과 두나무는 4가지 예외 조건을 모두 충족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특히 제도 개편 논의의 시발점이 됐던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수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김 의장의 동생 부부가 쿠팡 Inc 소속 미등기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이사회 참여 등 경영 참여가 없는 것으로 소명 받아 예외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번 시행령은 국적 차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동일인 지정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며 "특정 기업집단의 이해에 따라 시행령 개정이 추진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쿠팡·두나무 '총수 동일인' 피해…지정 기준 'GDP 연동' 완화
◇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규제 공백 우려도…"지속 모니터링"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더라도 상호·출자 금지,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대부분의 대기업 집단 시책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일인과 그 친족을 의미하는 '특수관계인'을 지정할 수 없게 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같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처분이 불가능해지는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친족의 계열사 출자 및 경영 참여가 없고, 계열사와의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된다"며 "구조상 사익편취의 유인이 현저히 적다"고 설명했다.

사익편취 규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나 지배주주 사익을 위해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터널링' 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인데, 시행령에 규정된 4가지 예외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집단은 출자·소유 구조상 이러한 사익편취 우려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향후 사익편취 행위가 발생하거나 지배구조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자연인을 다시 동일인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개정 시행령에 따라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한 쿠팡과 두나무에 대해서는 예외 요건의 충족 여부 및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해 지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두나무 '총수 동일인' 피해…지정 기준 'GDP 연동' 완화
◇ 'GDP 연동 방식' 첫 적용…"공시집단도 기준도 연동 추진"
상호출자제한 지정 기준을 '명목 GDP 연동형'으로 바꾸는 것도 이번 지정부터 처음 적용됐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상호출자제한집단(상출집단) 기준 자산 규모를 현행 10조원 이상에서 전년도 명목 GDP의 0.5% 이상으로 연동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국회에서 2020년 통과됐다.

다만 시행 시기는 GDP의 0.5%가 1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 확정된 해의 다음 해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올해 처음 적용됐다.

새로운 방식에 따른 올해 상출집단 지정 기준은 10조4천억원이다.

이에 따라 자산이 10조3천800억원인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지정 기준에 미달해 제외됐다.

다만 전체 상출집단의 수는 48개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GDP 연동 방식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향후 상출집단의 지정 기준은 경제 성장에 따라 점차 완화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속적인 경제 규모 증가와 상출 집단 기준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공시 대상 기업집단(공시집단) 지정 기준도 현행 5조원 이상에서 GDP 연동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시장 여건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시집단 기준도 GDP에 연동하는 쪽으로 변경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GDP의 몇 퍼센트를 기준으로 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 수렴을 계속하고 있다"이라며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발생 등 여러 우려를 고려해 합리적인 기준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