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1개월 만에 '6이닝 무실점' 경기
SSG 오원석 "11개 연속 볼 던진 뒤, 가운데만 보고 세게 던졌죠"
오원석(23·SSG 랜더스)이 모처럼 '제2의 김광현'다운 투구를 했다.

오원석은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2안타와 볼넷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진은 7개 잡았다.

오원석이 6이닝 이상을 던진 건, 올 시즌 처음이다.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온 것도 올 시즌 처음이었다.

최근 오원석이 6이닝 이상을 던지고 실점 없이 등판을 마친 건, 1년 11개월 전인 2022년 6월 16일 kt wiz전(6이닝 2피안타 무실점)이었다.

팀이 9-2로 승리해 시즌 3승(2패)째를 거둔 뒤 만난 오원석은 "긴 이닝을 던지면서 실점하지 않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멋쩍게 웃었다.

2000년 1차 지명으로 SSG 전신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오원석은 '김광현의 후계자'로 불렸다.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아직 유망주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오원석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5.63으로 고전하기도 했다.

5월 8일 LG 트윈스와 경기 중에는 이숭용 감독이 오원석을 불러 "너 자신에게 화를 내야 한다"고 '승리욕'을 강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오원석의 공이 정말 좋다.

기대해도 좋다"고 장담했던 이 감독은 재능 있는 오원석이 자신감 없이 투구할 때마다 속을 태웠다.

"풀타임 선발 3년 차인 올해에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쓴소리도 했다.

SSG 오원석 "11개 연속 볼 던진 뒤, 가운데만 보고 세게 던졌죠"
이날은 달랐다.

오원석은 4회 2사까지 한 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했다.

불안한 장면은 있었다.

오원석은 4회 2사 후 볼 11개를 연속해서 던졌다.

데이비드 맥키넌과 김영웅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해 2사 1, 2루가 됐고, 이재현에게도 볼 카운트 3볼에 몰렸다.

오원석은 "나도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포수 김민식, 배영수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고, 오원석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재현에게 직구 3개를 연속해서 던져,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오원석은 "가운데만 보고 세게 던졌다.

야수들에게 풀 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떠올렸다.

SSG 오원석 "11개 연속 볼 던진 뒤, 가운데만 보고 세게 던졌죠"
5회 2사 1, 2루에서는 류지혁의 안타성 타구를 SSG 1루수 고명준이 몸을 던져 막아낸 덕에 위기를 넘겼다.

오원석은 "2회 홈런성 타구를 잡아준 최지훈 선배, 5회 어려운 타구를 막은 명준이 등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야수들의 호수비에 보답하고자, 나도 열심히 던졌다"고 밝혔다.

오원석은 삼성 핵심 타자 구자욱을 3타석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경기 전까지 오원석은 구자욱에게 16타수 6안타(타율 0.375)로 고전했지만, 이날은 구자욱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오원석은 "구자욱 선배를 의식하지는 않았다.

배영수 코치, 전력분석팀과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피칭 디자인을 바꿨는데, 그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원석은 공 88개로 6이닝을 채웠는데, 이중 직구는 62개(70.5%), 커브는 20개(22.7%)였다.

올 시즌 직구(58.9%)와 슬라이더(21.5%) 위주로 투구하던 오원석이 커브 구사율을 높이면서, 삼성 타선은 혼란스러워했다.

부진을 털어내고 시즌 3승째를 거뒀지만, 아직 오원석을 향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제2의 김광현'이란 수식어에 어울리는 성적을 내려면 호투를 이어가야 한다.

오원석은 "김광현 선배의 후계자로 불리는 건, 정말 좋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