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결과 나온 뒤 심의해야", "가격·보급기준 들쑥날쑥" 질타
전자칠판 재추진한 강원교육청, 의회서 또 뭇매 맞고 전액 삭감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해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전액 삭감됐던 학교 전자칠판 사업을 재추진하고자 추경 예산을 편성했으나 또다시 의회로부터 뭇매를 맞으며 삭감당했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는 14일 올해 제1회 강원도교육비특별회계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전자칠판 사업 예산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의원들은 전자칠판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업 진행 과정 전반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승진(비례) 의원은 도 감사위원회에서 특정감사를 진행하는 점을 들어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문제가 있으면 조치하고, 대책을 세워서 다시 예산을 심의하기로 했기 때문에 아예 추경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교육청이 보고한 내용을 보면 전자칠판 조달 업체 두 곳의 점유율이 52%에 달하는 것도 문제"라며 "전자칠판을 먼저 도입한 학교를 대상으로 만족도와 활용도 실태를 조사해서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조성운(삼척1) 의원은 이미 전자칠판이 보급된 학교 중 일부 학교만 지나치게 많은 칠판이 보급된 점을 토대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조 의원은 "학교에서 7∼8대를 신청했는데 3∼4대 보급된 게 대다수일 것"이라면서 "그런데 춘천지역 3개 학교에만 각각 24대, 21대, 19대가 보급됐다.

보급기준이 들쑥날쑥해 이해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칠판 관련 업무 지침에는 가격범위가 1대당 600만∼800만원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적게는 290만원에서 1천400만원까지 들여 구매한 사례가 있다"며 "빨리 보급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관리가 안 되는데 어떻게 예산을 통과시켜줄 수 있느냐"고 따졌다.

전자칠판 재추진한 강원교육청, 의회서 또 뭇매 맞고 전액 삭감
국민의힘 김기하(동해2) 의원은 "사립유치원은 전자칠판 보급해주면서, 사립초교는 안 해주는 건 뭔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물었다.

같은 당 이영욱(홍천1) 의원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등"이라며 "길동이네 교실에는 전자칠판이 있는데, 갑돌이네 교실에는 없으면 갑돌이가 느낄 상실감과 차별감은 생각해봤느냐"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빨리 보급해줘야 한다고 하면 지난해에 삭감됐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해서 보급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며 "추경 전에 감사 결과가 나오도록 도 감사위에 강력하게 요청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김용래(강릉3) 의원은 "2025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빔프로젝터를 구매한 곳도 꽤 있고, 내용연수가 매우 많이 남아 있는데 전자칠판을 구매해서 한 교실에 비슷한 물품을 2개나 설치하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전자칠판 (예산 통과가) 안 된다고 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홍영표 도교육청 미래협력담당관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가장 적합한 교육환경을 구성해주는 게 교육청의 역할"이라며 "공식적으로 공문에 의해 만족도를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관찰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만족도와 활용도를 조사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가격 차이가 크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고정형이나 이동형이냐에 따라 다르고, 교실 크기에 따라 전자칠판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위원회는 논의 끝에 전자칠판 예산 151억원을 전액 감액하고, 이를 내부 유보금으로 증액 편성하는 것으로 예산안을 조정했다.

이 사업은 특정 업체 몰아 주기 등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원들로부터 질타받았다.

도 감사위원회는 도 교육청의 2023년 정보화기기 및 전자칠판 지원사업, 통일교육단체 민간 보조금 지원 사업 등에 대한 특혜 의혹과 부당 지원에 대한 감사 필요성을 인정해 올해 초부터 특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