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상아는 자신을 지키려는 코끼리의 무기입니다. 송곳니 치고는 조금 많이 크죠.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 코에 비하면 당장의 실용성은 그닥입니다.

사치품이란 인식에 상아는 수집의 대상이 됐고 코끼리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우리 산업사에서 통신과 석유로 몸집을 불린 SK의 '상아'는 배터리였습니다. 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만으로는 미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죠.

진입 비용은 컷습니다. 그 사이 2차전지에 대한 기대는 의심으로 돌아서고있죠. SK온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남았고, SK그룹에게 SK온이란 어떤 의미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SK온이 올해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SK온의 흑자는 2026년 기업공개 성공을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주주들 앞에서 2025년 이후에 상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죠. 적어도 하반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조금씩 폭을 키워 가치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 거죠. SK이노베이션이 컨퍼런스콜에서 내년부터 설비투자가 크게 줄 것이라 밝힌 점도 플러스 영업이익 기대감을 키웁니다.

상황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1분기에만 3,300억 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당장 2분기에는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은커녕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금투업계에서 나옵니다.

첫 번째 이유는 2차전지 산업이 둔화되면서 후발 주자들일수록 불리하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자금조달 어려움을 원인으로 꼽았는데,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 이후 SK온에 대한 자구책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올해만 버티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희망회로일 뿐이라는 우려인 거죠.

<앵커>

SK온은 SK그룹에 있어서 왜 중요한겁니까?

<기자>

SK온이 생산량 확대에 써 온 투자금은 2022년부터 20조 원에 육박합니다. 닝더스다이(CATL)나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나 LG에너지솔루션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였죠. 그룹 안팎에서 투자금을 끌어모았고, 이를 위해 SK 자체의 사업 정리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SK온의 계속된 영업적자에도 SK그룹이 수십조 원을 쏟아 넣은 만큼 상장과 별도로 어느정도의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그룹 전반의 타격은 물론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불만이 예상됩니다.

관건은 업황인데요. 지속된 투자 덕분에 내년 말까지 20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중국, 유럽의 헝가리까지 전진기지가 세워졌고요.

올해 헝가리 3공장과 중국 옌청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국내 서산과 미국 켄터키와 조지아 공장도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가동을 위한 투자만 마무리 짓는다면 비용 압박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이익 내기가 가능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전기차 업황 측면에서는 주문감소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허나 바이든의 대중국 관세정책에 반사이익 기대가 나오는데요?

<기자>

당장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가 붙는다고 단순히 우리 기업들이 유리할 거라는 예상은 섣부를 수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관세 장벽에 막힌 해외 물량을 국내로 돌리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이 내려간다는 거죠.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긴 합니다만 글로벌 각국의 무역이 제각각인 점, 또 결국 배터리 수요는 전기차 생산과 연결된 점을 놓고 보면 배터리, 자동차 업계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 K배터리에겐 기회요인이 될 수 있는데요. 1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배터리 점유율 50% 차지하던 파나소닉, 30%까지 내려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틈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는 걸로 파악되는데요. SK온의 생산량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만큼 본격적인 파이 키우기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앵커>

오늘의 한줄은?

<기자>

"바이든이 관세를 날리면"


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
SK '상아의 저주'…"돈 벌 일만 남았다" [엔터프라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