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된 제주 중문 삼겹살집 (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논란이 된 제주 중문 삼겹살집 (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일부 음식점에서 비계가 많은 삼겹살이 판매돼 논란이 된 제주도가 제주산 흑돼지 품질 개선을 위한 등급 판정 제도 개선에 나선다.

제주도는 일반 백돼지보다 지방이 많은 흑돼지 도체 등급판정 기준 개선을 농식품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유통단계에서 이뤄지는 우리나라 돼지 등급은 도축한 후 고기의 무게인 도체중과 등지방 두께에 따라 1+, 1, 2 등급으로 나뉜다. 도체중 83㎏ 이상 93㎏ 미만이고 등지방 두께가 17㎜ 이상 25㎜ 미만이면 1+ 등급을 받는다. 도체중 80∼93㎏, 등지방 두께 15∼28㎜이면 1등급, 1+와 1등급에 속하지 않으면 2등급 판정받는다.

다만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우리나라는 흑돼지와 백돼지를 구분하지 않는데, 등급 판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도는 성장이 느리고 비계가 많은 흑돼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등급 판정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흑돼지는 일반 백돼지에 비해 출하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 10∼50일이 더 걸리고 성장할수록 등지방이 두꺼워진다. 이 때문에 현행 기준에 따라 1등급이나 1+ 등급을 받으려면 흑돼지의 경우 비계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제주 돼지고기 등급 판정 결과 1+ 등급을 받은 일반돼지는 20.7%, 흑돼지는 11.1%다. 이외 1등급(일반백돼지 25.9%, 흑돼지 19.8%), 2등급(일반백돼지53.4%, 흑돼지69.1%) 등이다.

도는 흑돼지 유전적 특성과 경제형질을 반영한 등급판정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며 등급별로 도체중 기준을 9∼13㎏, 등지방두께를 2㎜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체중 기준을 줄일 경우 비계량이 적은 흑돼지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강재섭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제주산 돼지고기의 품질과 안전성 강화에 힘써 누구나 다시 찾는 대표 먹거리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면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흑돼지 등급 판정 제도를 마련하도록 제도 개선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도는 제주산 돼지고기의 품질 강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돼지고기 품질관리 매뉴얼에 따라 원물 삼겹살 과지방 제거 요령, 소포장 삼겹살 지방 정선 등의 내용을 포함해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을 도내 식당 및 유통업체 중심으로 배포하고, 적극적인 계도에 나선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제주도의 유명 고깃집에서 비계가 많은 삼겹살을 판매했다는 사연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논란이 됐다. 누리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주도 흑돼지 저도 비계 테러당했어요'라는 글을 올리며 "4월에 제주도 가서 비계 사 먹은 얘기를 해보겠다"며 "처음엔 장어인가 했는데, 비싼 돈을 내고 먹는데 비계만 있어 당황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제주 중문의 한 유명 흑돼지 집을 방문했다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98% 이상인 비계 삼겹살을 먹고 15만원을 냈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