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 유쾌한 소동극 선사…중장년층에 인기몰이

'인생 후반전' 앞둔 그녀들의 수다…뮤지컬 '다시, 봄'
"오래된 와인처럼 우리도 해가 갈수록 깊어지겠지."
쏟아지는 수다 뒤에 체념과 희망이 오묘하게 뒤섞인 대사가 낭독되자 객석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난 8일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다시, 봄'은 삶의 반환점을 돈 중년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며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등학교 친구 사이인 중년 여성 7명이 버스 여행에서 사고를 당한 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과정이 펼쳐진다.

떠들썩한 배우들의 수다 연기와 노래는 관객을 유쾌한 소동극 한가운데로 이끈다.

7명의 베테랑 여배우들은 80분의 공연 시간 내내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고 절묘한 연기 호흡을 이어 나간다.

안면홍조 탓에 메인 앵커 자리를 내준 아나운서 진숙을 연기한 서울시뮤지컬단원 왕은숙은 명확한 발성과 가창력으로 작품 전체에 안정감을 준다.

시댁 뒤치다꺼리로 일생을 보낸 중학교 교사 은옥 역을 맡은 중견배우 황석정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의외의 가창력도 눈길을 끈다.

첫 뮤지컬 연기에 도전한 배우 예지원도 적극적인 성격의 보험설계사 성애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뮤지컬 '맥베스'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한일경은 이번 작품에서 시원한 가창력을 맘껏 뽐낸다.

'인생 후반전' 앞둔 그녀들의 수다…뮤지컬 '다시, 봄'
2022년 초연한 '다시, 봄'은 중장년층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얻은 작품이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여섯 차례나 전석 매진되기도 했다.

예매 관객 73%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다.

이 때문에 20~30대 관객 일색이었던 뮤지컬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열고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총 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2022년 초연과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중장년층 관객이 객석을 차지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며 "올해 공연이 뮤지컬 관객의 연령 저변 확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시, 봄'은 다음 달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