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생활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권대욱의 월든 이야기'
고향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에 지은 오두막에서 최소한의 물건만 갖고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문명사회를 벗어나 2년 2개월간 손노동만으로 생계를 꾸린 경험과 사색이 담긴 자전적 기록인 '월든'은 생태주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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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사장'이라고 말할 만큼 평생을 건설, 호텔, 교육업체의 최고경영자(CEO)로 살아왔던 권대욱(73) 씨는 자타공인 '워커홀릭'이었다.

그러던 그가 인생의 전기를 맞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우연한 기회에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통나무집 '산막'을 짓게 되면서부터다.

도시 생활의 안락함을 잠시 내려놓고, 소로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자급자족하는 '자연인'으로 거듭난 것.
'권대욱의 월든이야기'는 저자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한 일간지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다듬고, 직접 찍은 산막의 풍경까지 더해 펴낸 책이다.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사업까지 실패하면서 도망치듯 내려왔던 그는 이후 산막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또 다른 희열과 성취를 느끼게 된다.

전 세계를 누비며 댐을 짓고 도로를 닦았던 건설사 20년 경력은 집을 증축하고 분수대를 제작하는 실전에선 무용지물.
저자는 "이때 느꼈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책상머리 이론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라며 "(지금까지) 다 입으로만 지었다"고 탄식한다.

잡초를 뽑으며 조직관리를 떠올리고, 장작을 패면서 노동의 신성함을 되새기는 등 산막에서의 삶은 깨달음의 과정 그 자체였다.

이렇게 이순이 넘어서 하나둘씩 깨우치게 된 세상살이의 이치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그는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하기 시작했고, 이는 '산막스쿨'의 모태가 됐다.

누구나 선생과 학생이 되고, 무엇이든 과목이 되는 '오픈 스쿨'이자 별밤 모닥불 옆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삶을 배우는 '인생학교'인 산막스쿨은 '지금까지도 잘 살았지만, 앞으로 조금 더 잘 살아야겠다'는 결심 하나만 갖고 나가면 된단다.

권씨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 산막스쿨에 다녀간 사람만 줄잡아 1천500명.
국적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을 불러 먹이고 재우는 동안 주변에서 '밥이 나오느냐 떡이 나오느냐'고 묻을 때마다 저자는 '밥도 떡도 안 나오지만, 사람이 나오는 일'이라고 일갈한다.

'대자연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아름다운 과정의 한 부분'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
비록 나이 제한에 걸려 '미스터트롯' 참가 신청은 불발됐지만 가수의 꿈은 접지 않았고, '청춘합창단' 단장이자 유튜버(권대욱TV)로서의 도전도 현재진행형이다.

행복에너지. 304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