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선인들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선인들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힘 안에서 현재의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직적 당정 관계가 현재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만큼, 단일지도체제에 비해 좀 더 힘이 있는 집단지도체제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면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제안한 이들은 국민의힘 3040세대 모임인 '첫목회'다. 3040 낙선자들이 주축이 되어 모인 '첫목회'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전당대회 룰 개정과 함께 집단지도체제 전환을 건의했다.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와 달리, 통합으로 선거를 치러 1등이 대표를 맡고, 2등이 수석최고위원을, 3~5등이 최고위원을 하는 방식이다.

첫목회 회원이자 서울 중랑을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이승환 당협위원장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지금 단일지도 체제의 문제가 대통령과 당 대표가 종속관계로 되어 보이면, 당이 장악된 것처럼 비친다는 것"이라며 "(첫목회의 주장은 당 대표 하마평에 오른) 한동훈 전 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모두 나오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당 대표 1명을 두고 최고위원을 (들러리처럼) 세워두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다 같이 당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한 번 이야기했다고 관철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 부분이 왜 필요한지 당과 꾸준히 얘기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도체제가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경우, 현재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중진 의원들 외에도 복수의 수도권 초선 당선자들도 지도부에 도전해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당대회에서 차순위 득표를 하더라도 순위권에 들 경우 지도부에서 실효성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현재 체제에서는 과거와 달리 중진 의원 등이 최고위원에 도전하지 않아, 당 지도부 전체의 무게감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열기까지 '룰 개정'을 두고 당내 계파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다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룰 개정을 둘러싼 논의를 진행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단점이 명확한 지도부 체제까지 건드릴 시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시점이 늦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윤재옥 의원은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해 "6월 말, 7월 초쯤 전당대회를 빨리해서 조기에 당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당을 혁신하자는데 총의가 모였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고,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를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황우여 위원장을 향해 연일 조속히 전당대회를 열라고 거들고 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관리위원장에 불과한 이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조속히 전당대회 열어 당권 넘겨주고 나가면 된다"며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자로 전당대회를 주관했어야 했는데 굳이 또 비대위를 만든 것도 코미디"라고 황 위원장을 겨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권을 잡는 차기 당 대표가 당정관계를 잘 혁신해주길 기대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라며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도 각 후보가 내놓는 당정관계 혁신 방안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