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아워 세트'전
80대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30대 가수 이랑, 미술관에서 만나다
올해 팔순인 1세대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늑대가 나타났다'로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30대 싱어송라이터 이랑(38).
작업하는 매체도 다르고, 세대도 다른 두 사람의 작업을 함께 소개하는 이색적인 전시가 경기도 수원의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열리고 있다.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두 창작자의 협업으로 꾸미는 연례 프로그램 '아워 세트'(Our Set)를 진행해 온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올해는 협업보다는 자본주의, 사회, 일상을 예술과 연결 지어 다루는 두 사람의 공통점과 방법론에 주목해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는 '한반도'를 키워드로 시작한다.

지금은 단종된 '백두산' 상표의 빈 생수병을 이용한 성능경의 설치 작업 '백두산'(2018) 뒤로는 이랑이 임진강변에서 재일 교포들의 노래였던 '임진강'을 일본어와 한국 수화로 부르는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2017)가 상영된다.

성능경이 대동여지도 22첩, 244페이지의 사본을 만든 뒤 각 페이지를 무작위로 배치한 '대동여지도: 통일 Korea'는 미학적 방법으로 통일을 상상한 신작이다.

80대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30대 가수 이랑, 미술관에서 만나다
또다른 전시장에서는 현실을 우화처럼 표현한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사 검열이 이뤄지던 시대, 검열된 신문을 작가가 다시 '검열'하는 의미로 신문 기사를 잘라냈던 성능경의 대표 퍼포먼스 작업인 '신문읽기'가 전시된다.

두 사람은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성능경은 사진, 퍼포먼스, 설치, 드로잉 작업을 종횡무진 오가고 이랑 역시 노래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연출과 편집도 한다.

그는 또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고 만화도 그린다.

전시에서는 이랑의 뮤직비디오 작업과 그동안 출간한 책, 앨범들도 함께 소개한다.

80대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30대 가수 이랑, 미술관에서 만나다
7일 전시장에서 만난 성능경은 이랑을 두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설치 작업을 하려고 했던 의자를 이용해 입는 행위를 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면서 "상상력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이랑은 "미술관 전시는 낯설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면서 "성능경 작가에게서 예술에 대한 태도, 특히 성실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4일까지. 무료 관람.
한편 지난해 네 차례 개인전을 열고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실험미술 단체전에도 참여하며 크게 주목받았던 성능경은 올해도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성능경은 현재 서울 성수동의 어린이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에서도 전시를 진행 중이다.

10년간 작가의 자녀들을 찍은 사진 중 초점이 맞지 않거나 실수로 셔터가 눌려 망친 사진들을 모은 'S씨의 자손들-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 연작과 아이들이 광고 스티커 전단을 피아노에 붙이는 놀이 행위에서 시작해 30여년간 이어온 '피아노 모독'이 28일까지 전시된다.

또 대구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이며 지난해 전속 계약을 맺은 미국의 유명 갤러리 리만머핀의 뉴욕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80대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30대 가수 이랑, 미술관에서 만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