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직원별 최대 20회 투표하고 인맥 동원도…예능으로 변질"
道 "정책홍보 목적은 소기 성과…투표 방식 등은 개선 검토"

경기도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책임계약' 평가에 반영하는 도민 온라인 투표 결과를 놓고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공공기관 성과평가에 도민 온라인 투표…신뢰성 논란
7일 도에 따르면 책임계약은 산하기관장이 자율적으로 설정한 목표 2~3개를 도지사와 합의해 확정하고 달성도와 성과를 1년 후 평가하는 제도로 지난해 시범 도입됐다.

28개 도 산하기관 가운데 정원 200명 이상인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 4개 기관이 대상이다.

책임계약 평가는 도 소관부서 및 전문가의 서면 평가와 도민들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투표로 나눠 진행되며 온라인 투표는 책임계약 투표 누리집(www.책임계약.kr)을 통해, 오프라인 투표는 도청 민원실에서 참여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체 평가 점수의 25% 비중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21일간 진행된 온라인 투표의 경우 투표 방식과 함께 기관별 과열 경쟁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합 관계자는 "매일 1표씩 행사할 수 있어 산하기관 직원마다 최대 20회 이상 투표에 참여했고 지인 등 인맥을 동원해 투표하도록 했다"며 "결국 직원들이 전시행정에 동원됐고, 투표 결과의 신뢰도는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기관은 이번 평가를 위해 홍보 동영상에 수천만원을 투입하고 문자 발송 비용도 상당액이 들었다고 한다"며 "예능으로 변질한 책임계약 평가를 중단하고 경기도는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도의회 유호준(더불어민주당·남양주6) 의원은 "경기신용보증재단은 투표 참여자를 대상으로 상품권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관련 배너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내거는 등 기관별 독려 이벤트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공기관의 직원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총동원된 인기투표로 공공기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경기도, 공공기관 성과평가에 도민 온라인 투표…신뢰성 논란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온라인 투표는 공공기관이 도민에게 했던 약속을 잘 지켰는지 도민이 직접 평가하는 것으로 공공기관 정책 홍보에 목적이 있고 소기의 성과도 거둔 것으로 판단한다"며 "공공기관 직원이 매일 1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 방식 등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투표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 3만9천327표, 경기신용보증재단 3만8천647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3만157표, 경기문화재단 2천860표 등을 얻었다.

도는 책임계약 평가 결과가 우수한 산하기관에 특별정원 증원과 도지사 표창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