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다국적군 반대하던 아랍권, 최근 몇주새 입장 완화"
가자 전후계획 부심 아랍 국가들…'다국적군 주둔' 지지 선회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과 중동 평화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부심해 온 주변 아랍 국가들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방안을 지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 측에 전달된 이러한 제안은 가자전쟁 종식에 필사적 입장을 보여온 아랍권과 서방 국가들이 논의 중인 여러 전후계획 중 하나다.

아랍 외교가에선 지금껏 다국적군 참여에 부정적이던 일부 아랍 국가들이 최근 몇주 사이 입장을 상당히 완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랍 국가들은 자칫 작년 10월부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거나,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다국적 평화유지군 결성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아랍권 외교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에 대해) 안보 우려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안다"면서 다국적군 주둔 제안은 "'우리(아랍권)가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아랍국가 외교관은 가자지구에 주둔할 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며, 팔레스타인 당국이 자체적으로 안보를 유지할 역량을 갖출 때까지만 일시적으로만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이집트 카이로를 찾아 아랍권 외교장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자지구에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투입한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어느 국가가 평화유지군 참여를 원하는지 등과 관련한 사항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FT는 짚었다.

가자 전후계획 부심 아랍 국가들…'다국적군 주둔' 지지 선회
한 아랍권 외교관은 가자지구 등에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두는 건 이집트가 지지하는 방안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카타르 등 역내 다른 세력들은 아랍 평화유지군 결성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아랍권 외교장관들은 가자지구 평화유지군 구성과 관련한 질문에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교장관은 당시 '다른 요소들에 대한 명확성' 없이는 이 문제에 관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아이만 후세인 알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평화유지군이) 이 전쟁이 만들어낸 고통을 더욱 심화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정부 당국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계속 머물지 않도록 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대안이 무엇이 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승인해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자는 이른바 '두국가 해법'의 진전을 위해 서방과 이스라엘이 '불가역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후계획을 마련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번 전쟁과 관련한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공언한 채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전후에도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에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의 일원인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일부 당국자는 전후 가자지구에 국제 평화유지군을 두는 방안을 찬성했지만 정부 전체 입장으로 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관할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평화유지군을 두자는 건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하고 이주한 유대인 주민의 수가 수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필두로 한 이스라엘 극우연정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FT는 진단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크라이시스 그룹의 마이클 와히드 해나 애널리스트는 "누구도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선 수사를 넘어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생각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