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비행 포항·김천과 추락한 서울·전북…한 바퀴 돈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 김천 상무가 프로축구 K리그1 초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어린이날을 끼고 펼쳐진 11라운드를 끝으로 하나은행 K리그1 2024는 울산 HD와 광주FC를 제외한 모든 팀이 11경기씩을 치르며 1라운드 로빈을 마쳤다.

7일 순위표 상단을 보면 시즌 전 예상과 딴판이다.

겨울에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선 전북 현대, 그리고 김기동 감독 체제가 들어서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의 제시 린가드를 품은 FC서울이 울산과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였으나 이 두 구단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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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포항 스틸러스가 7승 3무 1패, 승점 24로 선두를, '승격팀' 김천 상무가 포항에 승점 3 뒤진 3위(승점 21·6승 3무 2패)를 각각 달리고 있다.

포항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제카, 고영준, 김승대 등 지난 시즌 준우승에 핵심 역할을 한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5년 가까이 장기 집권한 김기동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잡으면서 박태하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은 터라 시행착오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정반대다.

12개 팀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 실점(8골)을 자랑하는 단단한 수비와 경기 종료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더 거칠게 몰아치는, 포기를 모르는 공격을 펼쳐 보이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선수들을 한 발 더 뛰게 만드는 박태하 감독의 '아빠 리더십'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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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은 올 시즌 최대 '다크호스'다.

김현욱(5골), 이종민(3골), 정치인(2골), 이영준(1골) 등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다양한 공격 루트로 상대를 압박한다.

특히 정재희(포항), 이상헌(강원)과 득점 랭킹 공동 1위(7골)에 올라 있는 이동경이 울산을 떠나 김천에 입대해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이동경을 비롯한 '신병'들은 지난달 29일 입대,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전열에 가세하게 된다.

김천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수비라인을 보강한다면 중, 후반기에도 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할 수 있을 거로 보인다.

울산은 2~4라운드 2무 1패에 그치며 잠시 흔들렸으나 이후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고 5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현재 7승 2무 1패, 승점 23으로 포항에 1점 뒤진 2위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여서 선두를 탈환할 여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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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득점(22골)의 3할을 책임진 이동경의 이탈은 아쉽지만, 지난 시즌 득점왕 주민규, 마틴아담(이상 3골), 엄원상(2골) 등이 포진한 공격진의 중량감은 여전하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11라운드 서울과 경기 뒤 "현재의 1위는 큰 의미가 없다.

뒤집어질 것"이라면서 "42.195㎞ 마라톤을 계속해서 선두로 달리면 바람을 다 맞아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은 7~9라운드 3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더니 9위(승점 12·3승 3무 5패)에 머물러 있다.

김기동 감독이 선호하는 템포 빠른 축구가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한 모습이다.

기대를 모은 린가드는 3라운드까지 3경기 연속 교체로 뛴 뒤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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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해온 린가드는 2주 뒤 그라운드로 복귀할 전망이다.

그가 서울의 반등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북은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승 4무 5패, 승점 10으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홍정호의 부상이라는 변수에 수비라인이 붕괴하다시피 했다.

리그 실점 2위(19골)다.

공격도 안 풀린다.

야심 차게 영입한 스트라이커 티아고는 1골에 그쳤고, 윙어 에르난데스는 시즌 초 다쳐 지금까지 완전한 몸 상태로 돌아오지 못했다.

송민규가 막내 공격수 전병관을 데리고 전방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6일 물러난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후임 선임 소식은 한 달 넘게 들려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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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겨우 생존한 강원FC와 수원FC가 각각 4위(승점 15·19득점)와 5위(승점 15·11득점)에 올라가 있는 점은 인상적이다.

강원은 이상헌(7골)과 야고(3골) 등을 앞세운 공격축구로 울산 다음으로 많은 19골을 폭발했다.

4골 2도움을 올린 이승우와 안데르손(3도움)을 중심으로 펼치는 수원FC의 세련된 공격도 호평받는다.

지난 시즌 '3위 돌풍'을 일으킨 이정효 감독의 광주FC는 8라운드까지 6연패 하며 부진했으나 이후 제주(3-1)와 대전(2-1)에 다득점 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공수에서 핵심으로 활약했으며 올 시즌을 앞두고 대전으로 떠난 미드필더 이순민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