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장기채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시장 예상보다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전문가들은 금리 변동 영향이 적고 물가 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물가연동형채권 ETF를 대체투자처로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길어지는 美 인플레…"금리 영향 적은 단기 물가연동채권 ETF 주목할 때"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장기채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2.57% 하락했다. 엔화로 미국 장기채를 사들이는 상품인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같은 기간 15.79% 떨어져 손실폭이 더 컸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두 상품을 각각 약 615억원, 20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물타기’로 손실을 줄이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채 추가 베팅은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6일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3%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2.7%를 웃돌았다. 미국 노동 시장이 여전히 좋은 상황인 데다 중동 지정학적 불안이 물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더딘 물가 둔화세와 견고한 고용 등으로 (Fed는) 금리인하를 오는 9월에 시작해 연내 2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품으로 물가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물가연동채권 ETF를 꼽았다. 물가연동채권은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측정된 물가상승률만큼 원금과 이자를 조정해준다. 예를 들어 이율이 연 1%인 물가연동채권을 1000만원어치 보유할 경우 물가가 5% 오르면 원금은 1050만원이 된다. 이자도 1050만원의 1%인 10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단기 물가연동채 ETF는 듀레이션(투자 회수 기간)이 짧아 금리 민감도는 낮으면서 물가 상승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뱅가드 단기물가채’(VTIP)와 ‘아이셰어즈 0-5년물 물가연동채(STIP)’가 대표적이다. 조수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물가연동채권 ETF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한 데다 최근 가격 조정으로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