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책토론회…"건보 위주 행위별 보상, 보상체계 왜곡하고 지역격차 확대"
복지장관 "보건의료도 치안, 국방과 같이 중요성 감안해야"
"보건의료, 건보에 과의존…특별회계·기금 마련해 재정 투입"(종합)
의료 개혁을 추진하며 '국민 건강 보장'이라는 정책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원이 아닌 국가 재정으로 의료 인력과 기관에 직접적으로 더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별도로 재원을 조달해 특별회계와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건강보험과 재정의 역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강보험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현행 보건의료정책은 의료서비스 비용 보상 체계를 왜곡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확대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동일 행위 동일 수가' 방식의 표준 보상제가 서비스 위험과 난이도에 따른 보상을 주지 못하고, 이것이 수익이 많이 나는 영역으로 의료 자원을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인구·교육·문화 등 모든 사회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와중에 건보 중심의 현 보건의료정책이 자원 할당 기능을 갖추지 못해 지역 의료 격차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원의 재할당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 보건의료재정을 강화해 지역 의료인력 자원과 보건 인프라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투입되는 재정은 기존 의료 서비스 행위에 대해 보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 인력과 의료 기관에 직접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인 투자 방향으로는 필수의료 인력 양성·필수의료 서비스 공급 비용 보상·지역의료기관 역량 강화·지역의료 서비스 인프라 투자 등을 들었다.

강 위원은 조세로 운용되는 일반회계와 별도로 사업 안정성을 위해 '특정한 세입으로 특정한 세출에 충당하는 특별회계'와 '정부 출연금·법률에 따른 민간부담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을 함께 운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여자들은 전반적으로 국가 재정 투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재원 마련과 투입 방안을 정교하게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것처럼 필수의료에 기댈 수밖에 없는, 건강을 해치는 항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건강세를 부과해 이런 재원을 필수의료에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옥민수 울산대병원 교수는 "타지역에서 계속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분담금 등을 신설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투입 방향이 잘못될 경우 일부 민간기관의 규모만 키워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은 "지금까지 쓰인 재원이 전체적 의료 강화에 쓰였는지 몇몇 개별 민간 의료기관 강화에 쓰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의료센터 지원 사업 등을 보면 특정 의료기관에만 투자가 쏠리고 주변 기관은 도태되는 결과를 낳은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실패 분야에 집중 투자하되 단순한 행위에 대한 보상 강화는 지양하고 저변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가 국가의 본질적 기능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하며 "치안, 국방과 같이 중요성을 감안해 (보건의료에도)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