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다른 美 경제 성장의 원동력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미국이 2.5%의 성장률을 기록,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G7 국가들이 0%대, 심지어 독일은 역성장(-0.3%)한 것에 비하면 월등한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3개월 만에 2.7%로 0.6%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한때 9%에 육박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3% 수준까지 낮아졌다. 미국이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골디락스’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본시장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상승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지원해 기술 혁신을 유인하고 ‘강력한 산업’을 육성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금도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더욱더 높이기 위해 2022년 칩스법을 마련했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장비 투자, 제조·연구개발 등에 총 527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그 결과, 미국은 법 시행 1년 만에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총 1660억달러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계획을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의 이런 노력은 경제활력 제고는 물론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제조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은 급격한 경기 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이다. 미국 노동시장은 고용 조정이 유연하고, 근로자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등 경영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에 정착한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는 우리의 연공형 임금체계보다 공정한 보상을 가능하게 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이처럼 유연한 노동법제는 미국 노동시장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나 세계경제포럼(WEF) 같은 기관은 한국 노동시장의 과도한 경직성과 투쟁적 노사관계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렇다 보니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기업조차 노동개혁 중점 과제로 ‘고용 유연성 제고’와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바라는 상황이다.

최근 경총 조사에 따르면 경제전문가 상당수는 “앞으로 한국 경제가 장기간 1~2%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진단했다. 우리가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신속하게 개혁하고, 세제(稅制)도 과감하게 개선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인구 위기 등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 기업들이 보다 유연하게 조직을 변화시키고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고용과 임금,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도 시급하다.

올해는 정부가 출범 후 반환점을 돌고, 국회가 22대 총선을 거쳐 새로 구성되는 중요한 시기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 모두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경제 활성화와 미래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정책 수립과 입법 활동에 더욱 노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