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안돼"…여소야대 대만국회, 법안으로 정부 '발목'
야권이 장악한 대만 국회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법안까지 통과시키며 발목을 잡고 있다고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언론이 2일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대만 입법원(국회)에서는 제1야당인 국민당이 발의한 '전기요금 동결 법안'과 제2야당 민중당이 낸 '전기요금 인상 일시 유예 법안'이 각각 통과됐다.

정부가 대만전력공사(TPC)의 심각한 재무 위기 상황을 고려해 지난달 1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11% 인상하자 '여소야대' 구도의 국회가 법안을 앞세워 이를 저지하고 나선 형국이다.

국민당 소속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은 이번에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안 시행을 중단해야한다고 밝혔다.

국민당은 지난 1월 총선에서 52석(전체 113석)을 얻어 제1당이 됐고, 민중당도 8석을 확보했다.

여당 민진당은 총통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총선에서는 의석이 51석으로 10석 줄어 제2당으로 밀렸다.

정부 행정원(총리실 격) 측은 전기요금 동결안 등의 입법원 통과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린쯔룬 행정원 대변인은 "전기요금 인상은 소비자 단체, 학계 전문가, 정부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기요금심의위원회에서 법적 토론 등을 거쳐 이뤄졌다"고 말했다.

왕메이화 경제부장(장관)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TPC 재정 및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TPC는 대만 경제부 산하 국영기업으로 대만 본섬과 외곽 도서 펑후, 진먼, 마쭈 지역의 전력 공급을 책임진다.

최근 2∼3년간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지만 당국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전기요금을 충분히 인상하지 못했고, 경제부에 따르면 TPC의 누적 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천826억대만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연합뉴스